담뱃값 인상 이후 서울의 한 노점에서 시민이 한 개비에 200원인 이른바 ‘까치 담배’를 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담배세수 예상치의 1.6배 달해
판매량은 35% 예측했는데 23%만 줄어
흡연율 낮춰 국민건강 챙기겠다는 말 빗나가
판매량은 35% 예측했는데 23%만 줄어
흡연율 낮춰 국민건강 챙기겠다는 말 빗나가
담뱃값 인상으로 올해 늘어나는 세수가 정부의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 감소 효과는 정부가 발표했던 예상치보다 훨씬 적어 담뱃값 인상이 결국 세수만 늘리게 될 것이라는 애초 지적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7일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담배협회의 ‘월별 담배 판매량’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담배 판매량이 33억3000만갑으로 집계됐다”며 “이에 따라 올해 걷히는 담배 세수는 11조489억원으로, 지난해 정부의 담뱃세 수입(6조7427억원)보다 64%(4조3064억원)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담뱃값 인상을 발표하면서 올해 담배세수 증가분을 2조7800억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실제 세수 증가분은 정부 발표치보다 1.6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차이는 정부가 담뱃갑 인상 이전 43억4100만갑(2014년 추정치)이던 연간 담배 판매량을 “인상 후 3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론 23% 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담뱃값 인상 발표 당시, (세수 증대가 아니라)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부터 담배 한 갑에 물리던 세금을 1550원에서 3318원으로 2배 이상 대폭 올렸다. 지난 7월 기준 성인남성 흡연율은 지난해 40.8%에서 5.8%포인트 떨어진 35.0%로 조사됐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은 2014년 9월 담뱃값 인상 발표 기자회견에서 “단기적으로 가격인상만으로 8%포인트 정도 흡연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류근혁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라디오에 나와 “세수문제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지만, 사실 정부는 순수한 마음으로 가격인상 금연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담뱃값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의 목적에 있다. 부수적으로 세수가 증가해 조성되는 금액은 반드시 흡연예방 및 금연 치료에 쓰겠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올해 금연예산으로 1400억원을 증액했다. 애초 정부가 추산한 담뱃값 인상 세수 증가분의 5.0%에 해당하며, 올해 실제 세수 증가분에 견주면 3.3%가 된다.
한국납세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올해 담뱃값이 2000원 오르면서 담배를 하루에 한 갑 피는 흡연자는 연간 121만원 가량의 세금을 낸 셈이다. 이는 연봉 4745만원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125만원)와 맞먹는 금액이다. 또 시가 9억원짜리 아파트 소유자가 내는 재산세와 비슷한 액수다.
참여정부 당시 세수증가와 흡연률 감소를 위해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려 할 때, 2005년 9월7일 청와대 회담에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당시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정권은 서민들이 즐기는 소주와 담배값 올리는데 귀신”이라며 “서민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서민에게 세금부담의 고통을 전가시키고 있다. 서민잡는 대통령, 서민을 밟고 간신히 버티는 정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담뱃값 인상을 주도한 문형표 전 복지부장관은 최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지원해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전직 장관이 해당 부처의 산하기관 기관장에 공모하는 것은 퍽 이례적인 일이다. 문 전 장관은 지난 8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부실대응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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