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당정협의에서 한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이 한국사 교과서를 쌓아놓은 채 발언하는 동안 안경을 치켜올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황우여 대표시절 여의도연 보고서
밀었던 교학사판 외면받자 태도바꿔
밀었던 교학사판 외면받자 태도바꿔
“국정제는 교과서 공급을 독점하는 것으로, 하나의 관점만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맞지 않고 경쟁을 통한 교과서의 질적 수준 제고를 어렵게 한다.”
2013년 11월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 보고서에서 이렇게 ‘국정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하나의 통합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정부·여당의 현행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론을 낸 것이다. 당시는 친일·독재 미화 논란이 일었던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것을 계기로 보수·진보 진영 사이 역사 논쟁에 한창 불이 붙었을 때였고, 현재 국정화를 주도하고 있는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새누리당 대표였다.
당시 여의도연구원 보고서는 “8종의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모두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오류가 과도했고, 특히 교학사의 경우 가장 많은 사실 오류를 범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서 교과서의 사실 오류 최소화와 중립성 유지 방안으로 ‘국정제 전환’ 대신 ‘검정제 강화’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특히 “(국정제는) 저자의 편향적인 가치관, 사회구성원 사이의 이념적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부분을 교과서 편찬 과정에서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맞는 검정제 강화를 선택했다. 여의도연구원은 “(국정제는) 다양성이 강조되고 창의성·유연성이 높이 평가되는 시대와 양립하기 어렵고, 자칫 특정 정권의 치적을 미화할 수 있으며 역사교육의 국가주의적 편향이 심화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 보고서는 관행대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보고됐으며 지도부의 정책·정무적 판단 기준의 하나로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당시 당에선 국정 전환 요구가 많았지만 황우여 대표는 “역사 교과서에 대한 책임은 정권이 아닌 국가가 직접 떠맡아 올바른 내용으로 제공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보수세력이 밀었던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0%대에 그치자, 황 대표도 “국가가 국정으로 공인하는 한 가지의 역사로 국민을 육성하는 게 옳다”며 ‘국정화’ 가능성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2년 전 ‘검정 강화’ 주장은) 여의도연구원에서 제출한 보고서 내용일 뿐 새누리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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