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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최경환 개입’ 진술 받고도…감사원 은폐 의혹

등록 2015-10-08 22:28수정 2015-10-09 11:33

중진공 채용비리 파문
감사원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을 지낸 황아무개씨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 부총리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감춰왔던 것으로 8일 드러났다. 정부 실세인 최 부총리를 감싸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 4건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채용 비리 사건을 적발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황씨 사건의 청탁자는 다른 3건과는 달리 ‘외부’라고만 표시(<한겨레> 9월18일치 1면)했다. 다른 3명은 ‘기획재정부 동료’, ‘국회의원’, ‘공단 전 이사장’과 같이 직함과 소속이 나와 있었지만 황씨 건만은 청탁자를 전혀 알 수 없게 표현한 것이다. 당시 이병률 감사원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감사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감사과정서 청탁자 확인 못해”
중진공 전 부이사장은
“모두 진술했다” 정면 반박

황찬현 감사원장 국감서
“한사람 진술로 특정 못해”

감사원 사무총장은
최 부총리의 ‘고교 동문’

그러나 김범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부이사장이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최 부총리가 채용 비리에 개입됐다는 점을 감사원 감사에서 모두 진술했다고 밝혀, 감사원 해명을 전면적으로 반박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최 부총리의 개입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이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9월에 통화했을 때는 담당부서에서 저한테도 최 부총리가 개입했다는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날 감사원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도 황찬현 감사원장에게 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질의가 쏟아졌다.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경환한테 밀려서 감사 보고서 하나 제대로 못 만드나. 이를 덮은 것은 인사 청탁보다 더 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정도면 감사원이 무능하거나 실세를 두려워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결정적 위치에 있는 박철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최 부총리의 청탁을 부인하고 있어 청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하지 않았다. (김범규 전 부이사장) 한 사람의 진술 가지고는 (특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왜 최 부총리 개입에 대한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감췄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7월 임명된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이 최 부총리 개입 은폐에 관여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사무총장은 최 부총리의 대구고 동기이자, 대구고 동문들이 만든 ‘아너스 클럽’에서 지난해까지 같이 활동했다. 보고서를 최종 의결한 감사위원회는 지난 7월16일 열렸고, 이 총장은 같은 달 22일 취임했다. 보고서 작성엔 직접 관계가 없었을지는 몰라도, 그 이후 대응 과정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 대변인은 “그와 관련한 이 총장의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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