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야당 의원들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자료를 요구하며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여당 맞춤형 자료’를 여당에만 제공했다.”(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로서 정부에 요청한 자료다. 야당에 자료 제출을 거부해달라.”(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8일 낮 12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여야 의원은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다 결국 완전히 등을 돌렸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 보고서가 파행의 불씨였다.
야당은 ‘한국사 고교 교과서 집필진 64.8%가 진보·좌파 성향’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이 보고서가 정부·여당의 ‘좌편향 검정 교과서’ 주장의 핵심 근거로 활용돼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여당에만 자료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일부 요청한 분(강은희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에게 줬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야당에도 자료를 제출하라”고 촉구했지만, “제가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고, 제가 필요한 의원들에게만 배부하기를 (교육부에) 요청했다. 그대로 지켜달라”는 강은희 의원의 ‘제출 거부’ 요구에 가로막혔다. 여당의 버티기가 이어지자, 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제보에 의하면 이름만 교육부지 외부의 어느 기관에서 만들어 교육부 이름으로 여당에 넘겨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파행한 뒤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가 새누리당 허락을 받지 못해 야당에 자료 제출을 못 하겠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여당은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오후 4시께 단독으로 회의장에 복귀한 야당은 노트북 덮개 등에 ‘박근혜정부 역사교육통제 규탄한다’, ‘국정교과서는 친일독재 교과서’라는 문구를 붙인 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자료 제출을 강하게 요구했다. 황 부총리는 “각 당에서 개별적으로 요구한 자료는 그 의원이나 당에만 제출해온 게 관행”이라며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8시30분께 회의가 재개된 뒤 뒤늦게 회의장에 들어왔으나 박주선 교문위원장이 내놓은 ‘자료 열람’ 중재안마저 거부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정부의 국정화 시도를 둘러싼 사실 관계를 제대로 짚어보지도 못하고 지리한 공방만 벌이다 밤 늦게 빈손으로 끝났다.
한편, 이날 황우여 부총리의 애매모호한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과 관련해 “(국정화 방침을 담은) 교육과정을 확정하고 교과서를 구분고시할 차례인데, 일단 행정예고하고 20일을 둔 뒤에 여론을 모아보고 확정고시를 한다”며 “교육부 장관이 (이런 상황에서) 예단을 갖도록 여러 이야기를 하면 절차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세한 부분은 이야기를 못 드리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주무 장관이 국회에 이와 관련한 정확한 진행상황을 보고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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