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합서울청사 별관에서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TPP 협의할 용의 있다” 강연회서 밝혀
미국 국무부의 ‘2인자’ 토니 블링컨 부장관이 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중국이 북핵 문제를 풀지 못하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한국 배치가 정당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블링컨 부장관은 7일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진행된 초청 강연회에서 ‘최근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중국을 포위하려는 틀 아니냐’는 질문에 “이 협정에서 환경·노동·지적 재산권 보호를 상향하는 높은 기준을 마련했다. 이런 기준 충족시킬 수 있다면 중국의 가입을 환영한다”면서 “한국과도 초기에 협의가 있었고 지금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부장관은 북한과의 대화에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하며 사실상 북-미 대화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준비가 안 됐다고 하면, 우리가 협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 것이며 대화를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말인 오바마 정부는 외교 분야에서 이란 핵협상과 쿠바 수교로 만족하고 풀기 어려운 북핵 문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신 그는 중국에 북핵 해결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중국은 북한의 거의 유일한 무역상대국으로 북-중 관계는 다른 모든 관계를 뛰어넘는다”면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해서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내일 베이징 방문의 핵심 논의”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북핵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도 정당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뿐 아니라 대화 거부, 비핵화 약속 거부가 계속되면 미국과 파트너들은 추가적인 방어 조치를 취해서 스스로를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체계다. 북한의 도발과 미사일 위협에서 방어 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사드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내려진 것 없다. 한국과의 완전한 협의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김지훈 기자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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