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2015 추석 홍보물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열리는 ‘추석 망향제’(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같은 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서울 용산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을 격려 방문한 뒤, 용산역으로 가 귀향 인사에 나섰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홍보전’이 뜨겁다.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으로 향하는 의원들 손엔 민심을 공략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정책 홍보물’이 들려 있다. 여야의 추석 홍보물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상대방에 대한 ‘공세적’ 성격을 강하게 띄었지만, 올해는 비교적 차분하게 자당의 입장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각각 12만5000부, 13만4500부의 추석 홍보물을 전국에 배포하며 추석 민심 잡기에 나선다.
새누리당은 올해 추석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연설 장면 사진을 나란히 실으며 ‘노동개혁’과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을 전면에 내세웠다. ‘함께 하는 개혁다른 길은 없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개혁의 한 방편으로 내세운 국민공천제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이 홍보물에서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이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일자리가 8만∼13만개 규모로 창출된다는 점을 홍보하면서, 지난 8월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도 일부 함께 실었다.
또 김무성 대표가 견지하는 국민공천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공천제를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국민공천제를 도입하면 ‘소수 권력자에게 집중된 공천권이 국민에게 돌려지고 정당 민주주의와 소신정치가 실현된다’는 예상 효과를 부각시켰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정책홍보물을 총 12만5천부 규모로 제작했으며, 각 당원협의회에 전달해 지역 유권자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새정치연합은 소주 ‘처음처럼’‘참이슬’ 등 브랜드 네이밍 분야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 주도로 이념성과 당파성을 배제한 문구를 내세운 현수막과 홍보 소책자를 제작했다.
전통 한복의 색동 무늬로 꾸민 현수막에는 ‘한가위 선물은 우리 농산물’, ‘전통 명절 준비는 정겨운 동네시장’ 등 ‘비정치적’인 메시지로 채워졌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일변도였던 현수막에서 투쟁적·공격적인 야당의 이미지를 덜어내는 데 주력한 것이다. 소책자 형태로 만들어진 홍보물엔 ‘힘든 이웃과 함께 나누어 더 넉넉하고 더 풍성한 한가위 되십시오’라는 제목 아래 두 팔을 들고 웃고 있는 문재인 대표 캐리커처의 추석 메시지가 담겼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규격으로 만들어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도록 했다”(손혜원 홍보위원장)는 소책자 형태의 홍보물엔 민생·회생·상생·공생의 ‘4生정치’에 나서겠다는 다짐과 함께, ‘가계부채’ ‘자살률’ ‘청년실업률’ ‘경제성장률’ 지표로 박근혜 정부의 실정상을 그래픽 등으로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또한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정권 홍보물이 될 우려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담았다.
여야의 올해 추석 홍보물은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각세우기’에 치중돼 있던 지난 몇 년 동안의 홍보물들과는 사뭇 다르게 비쳐진다. 특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개입으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2012년 대선 후유증이 여전한데다 다음해 열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2013년 추석 때는 상대 정당에 대한 ‘네거티브 홍보전’이 극에 달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사건을 강조하며 ‘종북 정치세력’ 비판 여론을 한껏 부각시키기에 치중했다. 이를 위해 ‘누가 대한민국의 적을 국회에 들였는가’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통해, 2012년 총선 당시 야권연대로 통진당의 국회 입성을 도왔다며 민주당(지금의 새정치연합)을 겨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에 나서겠다”며 장외투쟁을 하고 있던 민주당에선 그해 추석 홍보물에서‘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됐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의 표명 파문을 정권 차원의 국정원 수사 무력화 시도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원 정치공작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뜨거웠던 2014년 추석 때도 여야의 날선 홍보전은 계속됐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새누리당은 ‘경제회복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됩니다’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통해, 새정치연합이 세월호를 핑계로 민생경제 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박근혜 정부의 발목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에선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라는 말로 시작되는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메시지가 담긴 홍보물을 제작해 세월호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을 알리는 한편,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민생법안에는 민생이 없다고 맞불을 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새정치연합 2015 추석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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