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김부겸
총선 공천 민심 르포- 대구 수성갑
“경기지사 두 번이면 대통령감”
“대구서 야당이 깃발 한번 꽂아야”
“김문수 때문에 기업들 수도권행”
“김부겸이는 당이 마음에 안든다”
총선 가상대결 김부겸 13.5%p 앞서
“경기지사 두 번이면 대통령감”
“대구서 야당이 깃발 한번 꽂아야”
“김문수 때문에 기업들 수도권행”
“김부겸이는 당이 마음에 안든다”
총선 가상대결 김부겸 13.5%p 앞서
22일 오전 6시, 아직 어슴푸레한 대구 수성구 범어시민체육공원에 김부겸 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퍼졌다. “우리 어머니 와이리 날씬하노. 운동 고마 하이소.” 손체조하는 어르신에게 살갑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훌라후프를 어설프게 따라 돌리는 김 전 의원의 모습을 본 중년 여성들이 “아이고, 잘한다”며 까르르 웃음을 쏟아냈다.
비슷한 시간, 김문수 전 경기지사(새누리당)는 옆 매호공원을 돌고 있었다. 운동복 차림의 김 전 지사가 “김문숩니다”, “건강하이소” 하며 운동 나온 시민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았다. “이게 누꼬, 지사님 아입니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특별히 반겼다.
여야 대권후보인 김문수 전 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맞붙은 대구 수성갑은 이미 내년 총선의 한복판으로 들어간 분위기였다. 2012년 초 일찌감치 김 전 의원이 터잡은 이곳에 지난 5월 김 전 지사가 내려온 뒤 ‘본선 경쟁’이 시작됐다.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은 정치 신인들처럼 보좌진도 없이 혼자서 매일 아침 5~6시부터 저녁 8~9시까지 공원, 목욕탕, 식당가, 주택가 등을 누비고 있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내년 4월까지 이렇게 다니다간 병이 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여당 안방에서 ‘2전3기 도전’에 나선 김 전 의원과 파격적으로 ‘경기지사의 대구행’을 결정한 김 전 지사 모두 정치적 운명을 건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비판과 공격은 자제하려 애쓰는 분위기다. 경북고-서울대 동문에 운동권 선후배라는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이날 경북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도 둘은 각자 기조발제를 통해 신경전만 폈다.
수치상으로는 지역을 오래 갈고닦은 김 전 의원이 앞선다. <대구신문>-대구한길리서치가 지난 7일 발표한 ‘내년 총선 가상 대결’ 결과 김 전 지사(21.9%)가 김 전 의원(35.4%)에게 13.5%포인트 뒤졌다.
바닥 민심은 박빙이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총선에서 40.4%,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40.3%를 얻어 파란을 일으켰지만 ‘강적’인 김 전 지사의 추격세는 가팔랐다. 대구에선 ‘기호 1번’이 김 전 지사한테 최고의 ‘스펙’이 됐다. 범어동에서 만난 강철호(가명·82)씨는 “어데~. 김문수가 월등하제. 경기지사 두번이면 대통령감 아이가. 김부겸이는 인물도 인물이지만 당이 맘에 안 든다”고 했다. 곁에 있던 고석철(가명·78)씨가 “김문수가 내년 의원 달고 내후년에 대통령 하면 안 되겠나. 죽 대구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김 전 지사가 경기지사 시절 주력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반감이 뿌리깊었다. 택시운전을 하는 황민(가명·57)씨는 “김문수 때문에 구미공단과 대구 산업단지로 들어올 기업들이 싹 다 수도권으로 가부렀는데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여 오냐”며 “딸(배우 윤세인)과 함께 ‘대구 짝사랑 한번 믿어돌라’꼬 호소해온 김부겸이가 이번에는 한번 되어야 안 되겠냐”고 되물었다. 직장인 고동구(가명·60)도 ‘새누리당 물갈이론’에 동조했다. “인자 대구에서도 야당이 깃발 한번 꽂아야 안 되겠습니까. ‘한나라당’(새누리당) 혼자 다 해먹으니까 발전이 없어요.”
대구/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문수-김부겸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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