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구시의 서문시장을 다녀간 뒤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론’으로 대구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21일 서문시장의 한산한 모습. 대구/서보미 기자
대구 총선 공천 민심 르포
“이번에 대통령님이 확실하게 신호 준 거 아이가. 여 대구 사람 99%는 이번에 대통령님이 아쌀하이 잘했다카더라. 파워가 있다꼬.”
2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생활용품을 팔던 김영순(가명·57)씨는 보름 전 시장을 다녀간 박근혜 대통령을 떠올리며 몇 번이나 엄지를 추켜올렸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박 대통령이 시장을 누비던 모습이 “참 멋졌다”며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현장에 오지 못하게 한 것은 “당신 일 안 돕는 사람은 뽑지 말라’는 뜻 아이겠나”고 말했다.
지난 7일 박 대통령의 방문 이후 대구에선 ‘공천 물갈이론’이 바닥 정서를 파고들고 있었다. 공천이 곧 당선인 새누리당 텃밭 대구에선 총선 때마다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선수교체’가 잦은 곳이기도 하다.
상인 김성근(47)씨는 “박 대통령이 경기를 못 살려서 추석 대목에도 경기가 엉망”이라고 푸념하면서도 “대통령이 정치 하나는 잘한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일은 몬 하고 즈그 피알(홍보)만 다니는 의원들 완전히 갈자’고 하고 있는데 마침 대통령이 딱 우리 맴을 알아채고 신호를 준 거 아입니까.”
“국회의원 모두 물리고
시장 누비던 박 대통령
당신 일 안돕는 사람 뽑지말란 뜻”
“찍힌 유승민 대신 딴사람 뽑을끼라”
유와 가까운 의원 지역구 긴장감 일부선 “쪼매 유의원 품고 갔어야”
젊은층 “반박근혜파가 낫다”
오픈 프라이머리 기대감 적어 대구 시민들은 가장 먼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떠올리고 있었다. 지난 6월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유 전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구을)인 방촌시장에서 만난 오지희(가명·60)씨는 “유승민이는 세번이나 해묵고, 이번에 찍힌 기도 있고 해서 (능력이) 비슷한 사람이 (경선에) 나오면 그 사람 찍어줄끼라”고 별렀다. 박 대통령의 ‘보복 정치’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있다. 고영숙(가명·55)씨는 “유승민씨 때문에 (의원들) 다 찍혔다꼬 오지 말라 한 거 아니냐”며 “아무리 그래도 박 대통령이 쪼매 품고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달 들어선 동구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 유 의원을 대상으로 한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도 지역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있는데, 유 의원이 4~10%포인트 정도 앞서는 정도다. 유 의원의 오랜 지지자 홍인희(가명·54)씨는 “(유 의원이) 공천을 몬 받으면 어쩌나 속이 탄다. 몇몇이서 ‘우리가 청와대 가서 힘 좀 실어주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초선 의원의 지역구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구 방문 때 동행한 청와대 참모 중 유난히 대구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중·남구)에는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이미 지난 17대 총선 때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김상훈 의원(서구)과 이종진 의원(달성군) 지역구 등에서 이름이 오르내린다. 택시기사 이아무개(70)씨는 “여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위에 박 대통령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미는 사람이 80%는 유리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박 대통령이 ‘공천 정치’에 나서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남구에 사는 대학생 박철호(가명·22)씨는 “유승민도 잘 모르고, 김희국도 잘 모르지만 박근혜파보다는 반박근혜파가 더 낫다”고 잘라말했다. 서구에 사는 강미희(가명·55)씨도 “거서(청와대에서) 민다꼬 되나. 텃밭이라도 가꿔야지 갑자기 온다꼬 되냐”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 방문 이후 대구가 들썩이는 데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중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기대가 낮은 영향이 크다.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적어도 티케이(TK·대구경북)에선 공천권을 휘두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현역 의원들이 하도 답답하니까 요새 서울에도 안 가고 지역에서 움직이긴 하는데, 열심히 다녔다고 공천이 결정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티케이와 피케이(PK·부산경남)에서 ‘얼마씩 나눠 갔느냐’의 지분 싸움에 따라서 의원들의 운명도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역 인사는 “어차피 다 새누리당 후보들인데 총선 경선이 과열되면 그 뒤 대선에서 주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가 없다”며 “내년 총선도 총선이지만 내후년 대선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시장 누비던 박 대통령
당신 일 안돕는 사람 뽑지말란 뜻”
“찍힌 유승민 대신 딴사람 뽑을끼라”
유와 가까운 의원 지역구 긴장감 일부선 “쪼매 유의원 품고 갔어야”
젊은층 “반박근혜파가 낫다”
오픈 프라이머리 기대감 적어 대구 시민들은 가장 먼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떠올리고 있었다. 지난 6월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유 전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구을)인 방촌시장에서 만난 오지희(가명·60)씨는 “유승민이는 세번이나 해묵고, 이번에 찍힌 기도 있고 해서 (능력이) 비슷한 사람이 (경선에) 나오면 그 사람 찍어줄끼라”고 별렀다. 박 대통령의 ‘보복 정치’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도 있다. 고영숙(가명·55)씨는 “유승민씨 때문에 (의원들) 다 찍혔다꼬 오지 말라 한 거 아니냐”며 “아무리 그래도 박 대통령이 쪼매 품고 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달 들어선 동구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 유 의원을 대상으로 한 ‘새누리당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도 지역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있는데, 유 의원이 4~10%포인트 정도 앞서는 정도다. 유 의원의 오랜 지지자 홍인희(가명·54)씨는 “(유 의원이) 공천을 몬 받으면 어쩌나 속이 탄다. 몇몇이서 ‘우리가 청와대 가서 힘 좀 실어주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유 의원과 가까운 초선 의원의 지역구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구 방문 때 동행한 청와대 참모 중 유난히 대구 출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중·남구)에는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이미 지난 17대 총선 때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김상훈 의원(서구)과 이종진 의원(달성군) 지역구 등에서 이름이 오르내린다. 택시기사 이아무개(70)씨는 “여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위에 박 대통령이 있다”며 “박 대통령이 미는 사람이 80%는 유리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박 대통령이 ‘공천 정치’에 나서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컸다. 남구에 사는 대학생 박철호(가명·22)씨는 “유승민도 잘 모르고, 김희국도 잘 모르지만 박근혜파보다는 반박근혜파가 더 낫다”고 잘라말했다. 서구에 사는 강미희(가명·55)씨도 “거서(청와대에서) 민다꼬 되나. 텃밭이라도 가꿔야지 갑자기 온다꼬 되냐”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 방문 이후 대구가 들썩이는 데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중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기대가 낮은 영향이 크다.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적어도 티케이(TK·대구경북)에선 공천권을 휘두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현역 의원들이 하도 답답하니까 요새 서울에도 안 가고 지역에서 움직이긴 하는데, 열심히 다녔다고 공천이 결정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티케이와 피케이(PK·부산경남)에서 ‘얼마씩 나눠 갔느냐’의 지분 싸움에 따라서 의원들의 운명도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다른 지역 인사는 “어차피 다 새누리당 후보들인데 총선 경선이 과열되면 그 뒤 대선에서 주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가 없다”며 “내년 총선도 총선이지만 내후년 대선이 더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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