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개포동 능인선원에서 열린 개원 30주년 봉축 대법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위기의 대표들’ 대법회서 재회
‘마약사위 봐주기 논란’ 김무성
“약사대불에 불공 많이 드리겠다”
‘재신임 고집으로 고립’ 문재인
“저와 김대표 등 아픈마음 치료를”
‘마약사위 봐주기 논란’ 김무성
“약사대불에 불공 많이 드리겠다”
‘재신임 고집으로 고립’ 문재인
“저와 김대표 등 아픈마음 치료를”
“저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입니다. 약사대불에 불공을 많이 드리겠습니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약사불은) 저를 비롯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도움을 주는 부처입니다.”(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서로 다른 ‘집안 문제’로 정치적 시련에 빠진 여야 대표가 13일 “몸과 마음이 아프다”며 나란히 괴로운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도심 포교도량인 능인선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하는 대법회에서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약사여래 좌불상이 처음 공개된 날이다.
김무성 대표가 먼저 단상에 올랐다. ‘사위 마약 투여 처벌’ 사실이 지난 10일 알려진 뒤 참석한 첫 공개행사다. 김 대표는 “오늘 모셔진 약사대불은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는 구원불”이라며 “저도 지금 마음이 많이 아픈 상태다”라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어려운 처지에 대한 심경이 녹아있다.
문재인 대표가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문 대표는 “(약사불은) 저를 비롯해,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몸과 마음이 아픈 이 시대 중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도움을 주는 부처”라며 “세계 최대 크기라 하니 우리 국민의 아픔 상처를 세계 최대로 치료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 역시 혁신안과 재신임안 문제로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두 대표의 축사를 들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 아픈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당 대표가 아픈 것 똑같지만, 성격은 전혀 다르다. 문 대표는 위기를 ‘선택’한 경우다. ‘문재인 체제론 내년 총선은 어렵다’는 비주류의 우려와 반발을 잠재울 카드로 ‘재신임’을 먼저 치고 나왔고, 주변의 강한 반대에도 혁신안 통과를 발판으로 당내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고집과 의지가 강하다.
김 대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언론을 통해 둘째 사위의 마약 투여 사실 갑자기 공개되고 동시에 ‘형량 봐주기’ 논란이 일면서 곤경에 처했다. 거기에 ‘찍어내기 기획설’까지 겹쳐졌다. 김 대표는 여론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개인문제라 별 뾰족한 돌파구도 없다.
김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하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남 집안 일에 뭐라 할 순 없지 않느냐”면서도 “집행유예 상태인 사위가 다시 한번 실수를 하면 그 때는 김 대표나 우리 당이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의원은 “대중들이 마약 문제에 매우 부정적이지만, 딸 문제니까 이해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김 대표가 이번 일 때문에 내부 갈등이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등 자신의 소신을 관철해 내지 못하면 우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20대 총선 규칙을 정하기 위한 ‘대표 회담’을 문 대표에 제안한 상태지만, 두 대표 모두 자신의 처지를 추스리기 전까지 둘의 만남은 양당 문제 외에도 각자의 문제 때문에 상당시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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