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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크림빵 아빠 부실 수사’가 정부·여당 비판 기사?…새누리 황당 보고서

등록 2015-09-07 20:00수정 2015-09-08 08:15

‘포털 뉴스 분석 보고서’ 살펴보니
KTX 수출 부진·대학 성범죄 등
각 부처·기관 기사까지 싸잡아
여권에 불리한 기사로 간주
‘포털, 야당에 편향됐다’ 결론
“보고서 너무 자의적” 지적
오는 10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소속 기관의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포털업체들이 정치적 편향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객관적 근거로 내세운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니, 언론과 포털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데다 데이터 조사·분석 과정에서 여러가지 기초적인 오류들을 포함하고 있어 객관적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의적 왜곡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형우 서강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제공한 용역 연구 결과(‘포털 모바일 뉴스 메인화면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7일 <한겨레>가 빅데이터 전문가들의 협조를 받아 살펴본 결과다. 보고서는 ‘올해 1월부터 6개월간 네이버(3만482건)와 다음(1만9754건)의 포털 모바일 뉴스를 분석했더니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야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보다 8배나 더 높다’는 조사 결과를 도출해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당·정치 기사뿐 아니라 ‘크림빵 아빠 초동수사 부실’, ‘대학 성범죄 얼룩, 교육부 통계도 못 잡아’, ‘최신 핸드폰은 안 먹혀…먹통 앱 방치하는 정부 3.0’ 등 경찰이나 부처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한 기사도 모두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기사’ 또는 ‘부정적 표현을 한 기사’로 분류했다. 이런 식의 분류를 통해 보고서는 네이버·다음에서 여당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포함된 기사가 모두 1176건으로 야당(116건)보다 10배 가까이 많다고 주장했다. ‘여당’에는 청와대 및 전체 정부부처와 정부기관 등이 모두 포함됐고, ‘야당’에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통합진보당 등만 해당돼 기사량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여야 간 정당 기사만 비교하면, 네이버의 경우 전체 기사 대비 부정적 표현을 쓴 기사의 비율이 여당 23.3%, 야당 23.4%로 거의 같다. 집권여당과 야당의 부정적 기사 수가 비슷하다면, 이는 새누리당 주장과 정반대로 오히려 야당에 불리한 언론·포털 환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음도 각각 19.1%, 19.6%로 엇비슷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최형우 교수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과 여당 비판, 야당 비판을 구별해서 (분석)해야 한다는 건 맞는 말”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개별 기사의 속성을 ‘부정’, ‘중립’, ‘긍정’으로 분류했는데, 그 방식이 매우 모호하다. 최 교수는 “연구팀 6명이 특정 기사에 동일하게 긍정 또는 부정이라고 판단하면 그렇게 분류했고, 의견 정리가 안 되면 중립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수작업 방식으로, 단순히 연구원 6명의 결정에 맡기는 방식이어서 대량의 데이터를 객관적 시스템으로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몇 명의 연구자에게 코딩룰(평가 기준)을 알려주고 긍정·부정을 가려내는 방식은 사람이 다룰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다, 코딩룰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편향적으로 데이터를 유도할 수 있어 빅데이터 분석 방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포털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노출 빈도가 더 높다’는 분석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었다. 조사가 이뤄진 1~6월 각 언론사가 네이버 뉴스에 제공한 양당 대표의 기사 자체가 김 대표 17만8130건, 문 대표는 20만1472건이었다. 문 대표에 대한 기사 자체가 많았던 것이지, 포털이 자의적으로 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 대표의 노출 빈도를 늘린 게 아니었다. 게다가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지난 2월에 열려 문 대표에 대한 기사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

무엇보다 이 보고서는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을 비판·견제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언론의 기능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털에 정부·여당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많았던 건,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에서 권력기관을 비판·감시하는 기사를 훨씬 많이 다뤘기 때문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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