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박기춘 의원(오른쪽)이 13일 오후 자신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한 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자 2012년에 체포동의안 표결 대상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위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 자유투표…찬 137-반 89
아파트 분양대행업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59·경기 남양주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3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구속은 지나치다’는 동정론이 일기도 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의식한 듯 다수가 찬성표를 던졌다.
박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이날 본회의에는 236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이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가 나왔다. 19대 국회 출범 뒤 표결에 부쳐진 6건의 체포동의안 가운데 가결된 것은 박주선 의원, 현영희·이석기 전 의원에 이어 네번째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날 투표는 여야 모두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로 이뤄졌다.
박 의원은 표결에 앞서 한 신상발언에서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불체포 특권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원고를 읽어가던 중 도의원을 거쳐 3선 의원이 되기까지의 정치 역정을 회고하는 대목에서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멈췄고, 일부 의원들은 이런 박 의원을 바라보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의 표결 참석을 독려하면서 표결은 재적 의원 80%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의원들 사이에선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박 의원이 자수서를 쓴데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까지 하는 등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난 마당에 구속까지 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제 식구 감싸기’란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새누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날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대표이자 동료 의원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일을 우리의 윤리 수준과 도덕 수준을 한층 더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박 의원의 구속 여부는 다음주 열릴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이정애 이승준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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