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가운데)이 9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 총선 후보에 10% 청년 할당’을 뼈대로 한 7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채웅, 이동학 혁신위원, 김 위원장, 정춘숙, 임미애 혁신위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상곤 위원장 7차혁신안 발표
“광역의원 20% 기초 30%“ 제안도
이동학 위원 “58살 아저씨가
힙합바지 입은 꼰대정당 바뀌어야”
‘86세대 하방론’ 등 맞물려 촉각
“광역의원 20% 기초 30%“ 제안도
이동학 위원 “58살 아저씨가
힙합바지 입은 꼰대정당 바뀌어야”
‘86세대 하방론’ 등 맞물려 촉각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회가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 중 10% 이상을 청년 후보에게 할당하고, 광역의원 후보 20%, 기초의원 후보 30% 이상을 청년으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젊은 일꾼’을 과감히 수혈해 그동안 정치권에서 소외돼온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자는 취지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의 이런 제안이 내년 총선을 앞둔 ‘물갈이’ 공천 신호탄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 후보 1·2·3 공천할당제’ 등이 담긴 7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안은 젊은 세대에게 새정치연합이 희망이 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새정치연합이 청년들에게 “썸타기도 싫은 정당, 선거 때만 다가와서 친한 척하는 정당, 58살 아저씨가 힙합바지를 입은 꼰대정당”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의 현재 전국 대의원 평균 연령은 ‘만 58살’로, 새정치연합의 (공천 관련) 청년 기준은 ‘만 45살’이다. 혁신위는 또 이날 현재 만 42살 이하 청년에게 주는 공천 가산점을 △만 29살 20% △만 35살 17% △만 42살 15%로 차등 적용할 것도 요구했다. 이와 함께 현재 당내 조직인 전국청년위원회를 조직·인사·사업시행 권한의 자율성을 갖는 ‘청년새정치연합’(청년당)으로 바꿔 정당 연간 예산의 3%를 의무 배정하는 등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았다. 또 ‘차세대리더학교’를 설립해 인재 발굴·교육·육성에 나설 것도 제안했다.
당 안에선 혁신위의 이번 안에 대해 총론에선 대체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청년 공천할당제 도입’에 대해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제기된 ‘86세대 하방론’, ‘중진 용퇴론’, ‘호남 물갈이설’ 등과 맞물리면서 혁신위가 내년 총선 물갈이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다. 당장 호남 의원들은 잇따라 모임을 열고 혁신위 활동 결과에 따라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승리가 곧 선이 되는 현실 정치에 대한 정무적 판단 없이 혁신위가 이상적인 얘기만 하는 것 같다. 그것이 오히려 당내 분란만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칫 당내 분란을 키우는 촉매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김상곤 위원장 등 혁신위원들은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기자회견에서 “누구를 쳐내고 그 자리에 청년을 넣자는 개념이 아니라, 청년들이 활동할 공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공천 비율뿐 아니라, 얼마나 당선 가능한 지역이나 비례대표 순번에 공천하는지 등 실질적인 구체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역으로 청년들로부터 ‘흉내만 냈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혁신안이 기존 당내 세력과 청년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당내 화합도 끌어내는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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