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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당신 80년대에 뭐 했어?

등록 2015-07-31 19:37수정 2015-07-31 20:17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보고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보고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혁신의 본질은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회 활동을 보면서 느낀 의문이다. 혁신(innovation)의 본질은 변화다. 그럼, 정당 혁신의 목적은 무엇일까? 정당의 목적이 집권에 있다고 봤을 때, ‘집권 가능성 높이기’가 될 것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집권 뒤 제대로 된 ‘통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금의 한국은 ‘지옥’이다. 2030세대들은 이 나라를 ‘헬조선’(hell+朝鮮)이라고 부른다. 10대의 교육지옥, 20대의 취업지옥, 30대의 주거지옥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서울시민 연령별 사망원인’의 세대별 1위를 따져보면 10~30대는 자살, 40~70대 이상은 암이었다. ‘견디면 암, 못 견디면 자살’이란 말이 나온다.

여기에 답을 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다. 한국은 지금 ‘탈지옥’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와 희망이 필요하다. 그래서 집권을 꿈꾸는 정당은 변화를 이끌고 희망을 말할 능력과 인물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정말 위기라고 느끼는 지점은 더 있다. 미국과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드론(무인기) 관련 사고가 한국에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드론으로 ‘무슨 짓’을 하는 사람이 적다는 소리다.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하겠지만, 스마트폰 다음으로 세계를 바꿀 변화는 드론과 3차원 프린터와 같은 ‘게임체인저’(판을 흔들어 흐름을 바꾸는 사람이나 도구)에서 나올 것이다. 그런 도구들을 가지고 ‘뭐를 해볼까’ 하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은 한국에서 게임체인저가 실종되고 있는 조짐같이 읽힌다. 내가 ‘헬조선’이란 표현에 공감하는 것은 미래를 향한 꿈을 잃어버린 ‘미래지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정치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게임체인저가 되어, 더 많은 게임체인저가 나올 수 있는 ‘한국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일이라고 믿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가 제기한 ‘정체성’이란 기준이다. 변호사 출신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으로부터 “이 정당에서 내가 아무리 주도적인 활동을 해도, 결국 듣는 말은 ‘당신 80년대에 뭐 했어?’였다. 아무리 뛰어도 나의 위치는 주변부였다”는 토로를 들은 적이 있다. 이런 감정은 새정치연합의 ‘비주류’들 대부분을 관통하는 동일한 정서다. 비주류라 불리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변호사, 관료 등의 전문가 출신 그룹이다. 새정치연합에서 정체성을 묻는 질문은 바로 30년 전인 ‘80년대에 뭐 했느냐’는 질문으로 연결되곤 했다.

‘싱귤래리티(Singularity) 포인트’란 개념이 있다. 기계의 능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점이다. 그다음부터는 ‘터미네이터의 시대’라고 보면 쉽겠다. 정말 무서운 시대다. 싱귤래리티 시대에 인간이 할 일을 연구하는 ‘싱귤래리티 대학’을 세운, 구글의 기술담당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점을 2045년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이게 불과 30년 남았다.

지금,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30년 전의 ‘80년대에 뭐 했느냐’고 묻는 이들이 아니라, 30년 뒤에 올 그런, 싱귤래리티 시대를 대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할 이들이 우리 정치권에 필요하지 않을까? 새누리당도, 새정치연합도 그런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P.S.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31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지역에서 비례대표를 뽑는 ‘상향식 비례대표 공천’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망국적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 그런데 지금 ‘헬조선’을 만드는 게 지역감정일까? 그런 강한 의문이 든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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