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 둘째)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와 인사하고 나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정훈 정책위의장, 오른쪽 둘째는 원유철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승민 사퇴’ 이후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16일 청와대 회동은 ‘국회법 개정안-유승민 거부 정국’으로 불편했던 당·청 관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급격한 화해 분위기로 바뀌었다.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 김정훈 신임 정책위의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35분간 이어진 회동은 시작부터 화기애애했다. “대통령님 선거운동을 하며 코피를 흘렸는데 이제는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겠다”는 원 원내대표의 말에, 박 대통령도 웃으며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잘하시냐”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당·정·청이 하나가 돼서 경제 재도약을 이룰 수 있게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당에서 책임지는 그런 자세로 같이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한결 편안한 분위기 속에 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에게 “정기국회 전에 여당 의원 160명을 그룹별로 만나달라”, “야당을 자주 만나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지난 2월10일 당시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 상견례 때와 견줘 크게 달라진 분위기였다. 당시 박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유 원내대표가 참석했던 회동 직후, 김 대표는 “처음 시작할 때는 좀 냉기가 흘렀는데 끝날 때는 막 웃고 화기애애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물러난 유승민 의원 보란 듯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같아 보기 좋지 않았다”고 했다.
독대가 없던 지난 2월 당·청 회동과 달리, 이번에는 박 대통령이 20분간 김 대표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대표는 회동 뒤 국회 브리핑에서 “(회동 때와) 주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는 말 이외엔 독대 내용에 대해선 말을 극도로 아꼈다.
민감한 ‘다른 이야기’에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력하게 추진중인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는 문제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친박근혜계에선 오픈 프라이머리를 두고 “청와대와 친박의 공천 영향력을 배제하려 한다”며 견제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이에 대한 이해를 구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박 대통령도 ‘유승민 정국’을 잘 마무리해준 김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박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여러차례 김 대표를 추어올렸다. 김 대표의 취임 1주년에 대해선 “여러가지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 잘 이끄시느라고 1년 동안 노고가 많으셨다”고 했고, 오는 24일로 예정된 방미에 대해선 “아주 잘하셨다. 잘 다녀오시라”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 때 김 대표와 악수를 하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종전의 수평적 관계에서 수직으로 재편된 당·청 관계를 바탕으로 국정 운영의 고삐를 다시 한번 죄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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