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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야 정치개혁은 말 않고 선거구 획정 관심…순서 바뀌어”

등록 2015-07-14 22:36수정 2015-07-15 10:27

정치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본사에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한국선거학회·한국정당학회 소속 정치학자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이현경 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신미정 한국청년연합(KYC) 간사,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 박명호 동국대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교수,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치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본사에서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한국선거학회·한국정당학회 소속 정치학자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이현경 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신미정 한국청년연합(KYC) 간사,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 박명호 동국대 교수, 조성대 한신대 교수,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소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전문가·시민단체 ‘정개특위’ 집담회
지난 13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9명을 선거구획정위원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지난 3월 여야가 국회 내 정개특위를 구성한 지 넉달여 만에 내놓은 사실상 유일한 결과물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한국선거학회·한국정당학회 소속 정치학자 1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한겨레> 7월14일치 1·6면)를 놓고, 지난 12일 이 설문에 참여한 정치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한겨레> 본사에서 연 집담회에선 “여야가 정치개혁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선거구획정위원회부터 구성하는 등 일의 순서가 하나도 안 맞다”며 시간에 쫓긴 졸속 정치개혁안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어떤 정치개혁을 해야 하는지 터놓고 얘기 좀 해보자”고 정치권에 촉구했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에는 조성대 한신대 교수와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 박명호 동국대 교수, 신미정 한국청년연합(KYC) 간사, 양이현경 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집담회 참여자 (가나다순)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
신미정 한국청년연합(KYC) 간사
양이현경 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조성대 한신대 교수 (국제관계학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

•사회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

박명호 교수
선거구 획정 가장 앞에 둬
상당한 정치적 의도 의심돼
정치개혁 논의 단계별로 하되
장기적 방향 제시할 필요

서복경 전임연구원
오픈프라이머리제 도입땐
신진세력 정치진입 어려워
정개특위 입장이 무엇인지
제발 나와서 얘기해 달라

왼쪽부터 박명호 동국대 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 신미정 한국청년연합 간사, 양이현경 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조성대 한신대 교수
왼쪽부터 박명호 동국대 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전임연구원, 신미정 한국청년연합 간사, 양이현경 여성단체연합 정책실장, 조성대 한신대 교수
■ 선거구 획정위만 구성…정작 의석수도 결정 못한 정개특위

한귀영(이하 한) 먼저 이번 조사를 왜 실시하게 됐는지 얘기해보자. 조사 결과에 대해 청년·여성단체들은 어떤 의견 갖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들어보자.

서복경(이하 서) 헌재 결정에 따라 올해 10월까지는 선거구 획정안이 나와야 한다.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총 의석수가 결정돼야 하고, 이에 따라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가 결정돼야 하고, 비례 명부를 권역으로 쓸 거면 권역을 어떻게 나눌지 등이 순차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선거구획정위원회만 구성됐다. 일의 순서가 하나도 안 맞다. 이러다간 막판에 몰려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그냥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조성대(이하 조) 한국 사회에서 선거와 정당에 관해 전공하는 학자들이 현재 선거제도나 정당법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공론화하면 정개특위 압박 효과가 있지 않겠나 싶었다.

박명호(이하 박) 선거구 획정은 지극히 기술적인 문제인데, 이를 가장 앞에 놔버려 논의 구조가 거꾸로 됐다. 상당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헌재 결정 이후, 청년·여성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도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 것 같은데?

신미정(이하 신) 청년단체들 사이에서는 올 초부터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논의 자리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단계다.

최근 ‘오픈프라이머리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제도로 무조건 ‘현장에서 경쟁해서 올라와라’라고 한다면 신진 세력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진다.

양이현경(이하 양이) 한국은 여성의 정치 진출(전체 국회의석 대비 여성 비율)이 15.7%밖에 되지 않는다. 아시아 평균(18%)에도 못 미칠 정도로 열악하다. 여성계는 그동안 비례대표 확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그런데 헌재 결정에 따른 조정 과정에서 (국회가)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는 늘리는 식으로) 조정을 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헌재 결정이 선거제도 개편 논의로 확산됐는데, 정치권 이해득실도 다르고, 직능별·단체별 관심사도 다를 것 같다.

헌재 결정이 없었다면 아무도 (정치개혁 문제에) 신경 안 썼을 거다. 그런데 갑자기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모든 문제(선거 개혁 이슈)를 논의하자고 한다. 큰 문제를 합의하고 작은 문제로 가야 하는데, 작은 문제에서 출발해 큰 문제로 가니까 아무것도 결정 못 하게 돼버린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거대 양당은 그들이 지녀왔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지금) 제도, 승자독식 성격이 강한 ‘소선거구제’를 손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민사회에선 비례대표를 확대하라고 한다. 새정치연합 쪽에선 ‘너희(시민사회)와 같이 갈 의사가 있어’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이런 승자독식을 깰 수 있는 중요한 의제에 대해선, 마지막까지 가서 ‘시간이 없는 관계로 새누리당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고 끝낼 게 뻔하다.

민주화 이후 시민단체들은 정치제도 개혁 전반에서 노력해왔다. 올해도 전국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꾸려 의석수 확대를 비롯해 선거구를 확정할 때 ‘최소한 5개 이상의 시·군·구를 한 지역구로 합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 등 쉽지 않은 합의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저쪽(정치권)과 제도개혁 논의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시민사회에선 (정치개혁 논의) 상황 자체를 정개특위 회의록이 나와야 알 수 있는 지경이다.

신미정 간사
청년들 위한 여러 정책들
내년 총선 앞두고 나올것
실현 가능성 부분은
19대 국회와 차이 없을듯해 고민

양이현경 정책실장
한국 여성 정치 진출 16%뿐
비례대표 줄이면 더 심각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최소 2 대 1은 돼야

조성대 교수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
새누리·새정치, 손 안대려해
여성 30% 의무공천 말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 얘기해 모순

■ 오픈프라이머리+여성 30% 의무공천?…정합성 없는 제도 짜깁기할라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중요한 메시지들을 얘기해보자.

(조사 응답자 중) 단 한명도 ‘소선거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었다. 또 100%가 비례대표제 확대에 공감했고, 아울러 가장 많은 빈도로 360명 내외로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다양한 계층이 정치적으로 대표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300명으로 의원 정수를 동결한 상태에서 비례대표를 늘리려면 지역(의석수)을 축소해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테니,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쪽으로 자연스레 연결된 것 같다.

총 의석수를 늘리지 않고는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여부 등을 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수십년간 이 분야를 연구한 이들이 왜 이런 고민을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선거법·정당법 등) 제도로만 보면 매해 좋은 제도들은 다 도입됐다. 그러나 (각 제도 간) 정합성에 대한 고려가 없었다. 하나하나 제도만 놓고 보면 좋은 것이지만, 다른 것과 융합했을 때 정합성이 있느냐는 건 별개 문제다.

‘여성 30% 의무공천’을 말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제 도입’을 얘기하는 게 대표적이다. 오픈프라이머리 하는데 어떻게 여성을 전략공천할 수 있나. 제도 간 정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건 이게 괜찮아, 저건 저게 괜찮아’ 하며 짜맞추다 보니 아주 우스꽝스럽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문가) 조사에서 비례대표를 늘리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양이 여성계는 최소한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이 2 대 1은 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여성 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선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런데 의원 정수를 현재의 300명으로 유지해 비례대표가 줄까봐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여성계가 굉장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오픈프라이머리제가 도입되면 청년들이 정치에 진출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우려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에 따라 여성·청년이 비례대표로 들어올 수 있는 비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성·청년 문제나 경제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는 특정 지역의 문제라기보단 전국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대표성을 갖추려면 권역별 비례보다는 전국 단위 비례대표로 가는 게 훨씬 적절할 수도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더라도 사이즈(비례대표 수)가 커지면 가능하다. 현재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6개 권역으로 나누자는 의견이 가장 많다. 그런데 현재 54개의 비례 의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한 권역당 (할당되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9개 정도다. 그 9개 의석 안에 양성 평등, 직능 평등, 소수자 등 대표성을 다 집어넣을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 한 권역 단위에서 뽑는 비례대표 수가 20~30명쯤 된다면, 지역 정치인들의 정치적 충원이란 측면에서도 권역대표성을 살릴 수 있겠지만, 지금 수준에선 이런 의미를 담아낼 수 없다.

현재 비례의석 수를 그대로 유지한 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비례대표 1석을 얻기 위해 정당별로 15% 정도를 득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현 상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소수 정당에서 (그 정도 득표가) 가능하겠나.

이번 조사에서 ‘지구당 부활’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은 이유는?

지구당이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됐지만, 지구당 폐지야말로 제도적 정합성에 어긋나는 대표적 사례였다. 의석 할당 방식에선 소선거구제를 전제해놓고, 당의 풀뿌리인 지구당을 없애버리면, 당이 어떻게 선거를 할 수 있겠는가. 지구당 폐지가 현실적이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설립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에 있는 정당 두 개가 정치를 독점하고 있지 않나. 정당이라는 매개 장치를 통해 다양한 정치적 실험을 더 장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청년당도 만들고 하면 얼마나 좋은가.

■ 새누리·새정치연합은 정치개혁 입장부터 공론화해야

이번 조사 결과를 어떻게 실현해나갈 것인지 결국 ‘액션 플랜’이 필요할 것 같다.

올해 (정치개혁 논의가) 최악의 결과로 가지 않을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아무것도 안 바뀐 채, 지역구 의석만 늘리고 비례대표는 줄어드는 식으로. 현행 법제를 따르면 300석 의석 중 299석이 지역 의석이어도 위법이 아니다. (비례대표와의) 비율이나 의석수 규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개특위에선 지금까지 선거구 획정을 위한 큰 가이드라인이 하나도 합의된 게 없다.

이러다간 선거구획정위원들이 의원 정수 문제 등 자신들의 권한 밖 일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사실 최소 선거구를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헌재 결정을 따라) 하려면 지역 선거구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그에 상응하게 비례 의석수도 상향하면 된다. 초등학생도 계산할 수 있는 단순 논리다. 그런데 (의석수가) 늘어나는 걸 유권자들이 싫어하니까 ‘총 의석수를 늘리면 안 된다’고만 한다. 그러나 비례 의석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게 문제다. ‘입장이 뭐여도 좋다. 다를 수도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그걸 공론화시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양이 다음주 중 기자회견을 하고 당대표, 정개특위 위원장 등과 면담을 요청할 생각이다. 비례대표 1석 늘리기 위해 과거 우리는 국회에서 살았다. 또 국회 가서 살아야 하는가 고민이 많다.(웃음)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년 유권자를 잡기 위한 마케팅 측면에서라도 (청년비례 확대 등) 여러 정책들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청년들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니까. 그런데 실현 가능성 부분에선 19대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정치개혁은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별로 하되, 장기적 안목에서 종합적 논의가 돼야 한다는 방향 제시를 해야 할 것 같다.

당장 내년 총선을 준비하며 지방에서 4년, 8년씩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분들 입장에선 내 선거구가 쪼개질지, 옆 선거구랑 붙을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 자체가 이분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좀 내놓고 얘기 좀 해보자. 대체 입장이 뭐냐. 정개특위에서 당신들끼리 앉아서 회의록 달랑 내놓지 말고 나와서 얘기해라, 진지하게 요청하고 싶다.

정리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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