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가까이 공석이던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에 친박근혜계 현기환(56) 전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낙점됐다. 청와대는 “정치권과의 소통 강화에 적임자”라고 주장했으나, 여당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당 장악력 강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현기환 전 의원을 정무수석에 임명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지난 5월18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54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전 수석에 이은 네번째 정무수석이다.
현 수석은 부산 출신으로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 부산시장 정책특보,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냈으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선(부산 사하갑)돼 국회에서 친박계 의원으로 활동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2011년 말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직후보자추천위원으로 임명돼 공천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최근까지 자신의 옛 지역구에서 내년 4월 총선 준비를 해왔으나, 정무수석 발탁으로 또다시 출마를 접었다. 현 수석은 임명 직후 언론에 “(당·청 관계가) 잘 풀릴 수 있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신임 수석은 아주 정치력이 있는 초선 의원이었고, 정치권과 두루두루 교류가 많으며 협상력도 갖춘 사람”이라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와 현 수석은 2010년 원내대표와 원내부대표로 호흡을 맞추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다른 풀이도 나왔다. 현 수석은 나중에 무혐의로 확정되긴 했지만, 2012년 8월 4·11 총선 과정에서 3억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당을 떠났다가 재입당한 전력이 있다.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청와대 정무수석에 기용한 것은 그만큼 박 대통령의 ‘다른 뜻’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현 수석이 공천 작업을 해본 적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청와대의 공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현 수석을 지켜봐온 다른 관계자도 “현 수석은 청와대의 뜻을 당에 강하게 밀어붙일 스타일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축출에 성공한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과 내년 총선을 고려해, 가능한 한 친박계를 총동원해 장악력 강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마침 새누리당 새 원내지도부도 ‘화합형’으로 짜일 전망이고, 김무성 대표도 주요 당직에 친박계를 배려할 방침이어서, 당과 청와대에 친박 색채가 강해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현 수석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던 이병기 비서실장이 청와대에 있어도 당·청 소통에 문제가 있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 본인이 열린 자세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번 정무수석 임명은 기존 정무특보를 한명 더 늘리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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