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의원이 8일 오전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유승민 ‘민주공화국’발언에 “마시던 우물에 침뱉나” 비난
‘비박’은 “헌법의 가치 일깨운 적절한 사퇴의 변” 옹호
‘비박’은 “헌법의 가치 일깨운 적절한 사퇴의 변” 옹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사퇴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던진 ‘메시지’에 대해 당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극도로 상반된 반응을 나타냈다. 친박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며 맹비난한 반면, 비박들은 “원칙을 드러낸 훌륭한 사퇴의 변”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새누리당의 한 충청권 친박 의원은 이날 유 원내대표의 사퇴 기자회견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이라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을 왕정시대의 반민주적 절대군주라고 지칭한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할 말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친박 의원도 “자기 명예만 생각한 사퇴의 변”이라고 폄훼했다. 그는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는데, 순교자처럼 쫓겨나는 것같이 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친박 의원들은 “그의 말대로라면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은 원칙도 없고 정의롭지 못하단 말인가. 마시던 우물에 침을 뱉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비박 의원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에 앞서 유 원내대표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라며 “헌법의 가치를 일깨운, 적절한 사퇴의 변”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의 비민주적 성격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대통령은 ‘제왕적 통치자’라는 민낯을 드러냈다가 호되게 당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유 원내대표의 ‘카운터파트’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태풍이 불 때 나무가 부러질 수도 있다. 부러질 수도 있지만 좋은 나무는 재목으로 남는다”며 유 원내대표를 위무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사퇴 압박을 받던 유 원내대표에 대해 “바람에 휘는 나무 같다. 그러나 바람은 곧 사라지고 나무는 제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에 대해 “건강하고 개혁적인 보수가 있어야 한다”며 “헌법과 민주공화국에 대한 말은 아주 건강한 보수에 대한 교과서 같았다”고 극찬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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