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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유승민에 ‘사약’ 건넨 김무성 “우리가 와 이래 됐노” 포옹

등록 2015-07-08 19:53수정 2015-07-08 21:4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앞줄 왼쪽)가 8일 낮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안’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고 의원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앞줄 왼쪽)가 8일 낮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안’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려고 의원회관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새누리당 투톱의 5개월 ‘동행’
김무성 ‘목 치는 악역’ 맡아 ‘파경’
‘비박’ 동지에서 정치적 대척점으로
두 사람의 ‘동행’은 길지 않았다. ‘비박 지도부’로서 5개월 남짓 같은 길을 걸어온 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투톱’은 8일로 제갈 길을 걷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으로 갈림길에 섰던 지난달 25일 이후 13일 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유 원내대표의 ‘목을 치는 악역’을 흔들림 없이 수행했다. 다만 오전 9시에 시작된 의원총회에서 ‘파국과 분열을 막기 위한 희생의 결단’을 요청하면서도 “많은 의원들이 과실보다 공로가 훨씬 많았음을 인정하실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를 예우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김 대표는 “‘오락가락한다’, ‘어정쩡하다’, ‘눈치만 본다’는 등 비판과 비난을 참고 견딘 것도 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서였다. 고뇌할 수밖에 없었고 괴로움도 참 많았다”며 그간의 번민을 토로했다.

하지만 머뭇거리진 않았다. 의총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 머무르던 유 원내대표를 찾아가 사퇴 권고를 추인한 의총 결과를 전달했다. 이군현 사무총장,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김희국 원내부대표 등이 뒤를 따랐다. 마치 왕이 신하에게 내린 사약 전달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유 원내대표는 “잘 알았다. 의원님들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바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의총 결과 수용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가 어찌 이래 됐노. 한 번 안아줄게”라며 유 원내대표를 한 차례 포옹했다. 동석했던 한 의원은 “두 사람이 이심전심의 심정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오후 1시23분 국회 정론관에 도착했다. 깊은 호흡으로 한 차례 숨을 고른 뒤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며’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갔다. “저와 꿈을 같이 꾸고 뜻을 같이 해주신 국민들, 당원 동지들,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회견문을 낭독한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기자들에게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 없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청와대 종속성 탈피’를 외치며 ‘투톱 비박 지도부’로서 동지적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은 이제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정치적 대척점에 서게 됐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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