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요청에 공식 심의키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에 대해 조만간 선관위원 전원회의를 소집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공식 심의하겠다고 2일 밝혔다. 김용희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유권해석 요구에 대해 “야당의 공식 요청이 접수된 만큼, 선관위원 전원회의를 열어 선거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같은 건에 대한 지난 1일 임수경 새정치연합 의원의 유권해석 요청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답변한 바 있는데, 하룻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김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공식 유권해석이 아니라) 사무처 실무자의 (전결) 답변”이라며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전날 임 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내년 총선까지 비교적 장기간이 남은 시기에 나온 것이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최재성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은 2일 선관위에 공식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선관위에 제출한 유권해석 요청서에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제85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 근거로 “인물이 특정될 수 있고,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계획적으로 준비되어 나온 발언”이라는 점 등을 꼽았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으나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퇴진 논란이 일고, 언론보도에도 유 원내대표가 지목됐으며, 박 대통령 발언 중 ‘여당의 원내사령탑도’라는 표현이 들어가 사실상 ‘심판’ 대상이 유 원내대표로 특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9명의 선관위원이 참여하는 토론을 거쳐 표결로 결정된다. 선관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했고, 3명은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권을 행사했다. 국회 선출 3명은 여야가 각각 추천한 2명과 여야합의로 추천한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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