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직자와 이야기하는 동안 유 원내대표 사퇴불가 서명에 참여한 김성태, 신성범 의원이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의화 국회의장은 30일 “박근혜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거부권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다음달 6일 본회의에 상정해 우선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본회의에는 참석하되 표결에는 불참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사실상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위해 추진됐던 국회법 개정안이 결국 ‘자동폐기’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의장은 이날 발표문을 내어 “헌법에 규정된 절차를 밟는 것이 헌법을 수호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며, 국회의장의 의무”라며 국회법 개정안 직권상정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장께서 재의에 부치면 (본회의에) 참여해 우리 당의 의사를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재의에 참여한다는 것은 표결까지 참여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개정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야 표결을 할 수 있고,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새정치민주연합(129석)과 정의당(5석) 그리고 정의화 의장까지 합쳐도 표결에 참여할 의석은 재적의원(298명) 과반수(150명)에 못 미친다. 현재로선 새누리당이 본회의에 참석했다가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표결 선포를 한 뒤 퇴장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결국 의결 정족수 미달로 국회법 개정안은 본회의에 계류된 채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표결에 참여할 경우, ‘이탈표’가 나와 국회법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그렇지 않더라도 당 내부 기류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어 표결 자체를 거부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이를 두고 “여당으로서도 공당으로서도 비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상임위 일정을 포함한 모든 국회 일정은 오늘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밝히는 등, 새누리당이 표결에 불참한다고 해도 다른 법안 처리 등에는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근혜계의 사퇴 압력에 놓인 유승민 원내대표가 6일 본회의 안건 처리를 마무리한 뒤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원내대표가 야당과 합의해 만들었던 국회법이 본회의에서 폐기되는 것을 ‘명예로운 자진사퇴’ 명분으로 삼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측에 대해 유 원내대표 쪽은 “그렇게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다”라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6월 임시국회 안건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1일에는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최경환 경제부총리로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정애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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