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청와대와 친박근혜(친박)계가 ‘유승민 축출’ 시도를 본격화한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냉랭한 당·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왔던 김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막는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친박계가 지도부 집단사퇴를 통한 ‘김무성 체제 붕괴’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8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서청원 최고위원, 유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 등으로 접촉하며 막판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는 친박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등은 이번주 초부터 공개적으로 ‘유승민 사퇴’를 촉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또한 김 대표는 측근들과 이번 사태의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선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 유도’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그동안 국회법 개정안 거부에 대한 박 대통령의 뜻은 따르되(개정안 자동 폐기), 유 원내대표 사퇴는 막는 형태로 중간 합의점을 모색해왔다. 26일 유 원내대표의 사과도 김 대표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은 김 대표를 겨냥해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친박들 사이에선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를 계속 보호해주려 한다면 함께 갈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유승민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상황에서 김 대표에게 더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친박들이 김 대표까지 나가라고 하면, 당을 쪼개자는 건데 그런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청와대가 워낙 강경해 당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다른 당직자도 “대표도 (이 사태를) 해결해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성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 입장에선 같은 비박계로 분류되는 ‘유승민’이라는 ‘방어막’이 사라지고 친박 원내지도부가 들어설 경우, 종속적인 당·청 관계가 강화되면서 자신의 입지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는 게 고민이다. 이 경우 김 대표는 다수 비박계 의원들로부터 리더십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내년 총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당장 ‘친박’의 급한 불은 꺼지겠지만, 반면 ‘비박’ 쪽에서 청와대나 친박에 대한 불만이 깊이 패어 그쪽에서 또 뭔가 폭발할 수 있다”며 “김 대표에게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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