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 거듭된 사과에도
“신뢰 상실, 당장 물러나라”
‘거취 논의’ 의총 요구 추진에
지도부 집단사퇴론 제기도
“신뢰 상실, 당장 물러나라”
‘거취 논의’ 의총 요구 추진에
지도부 집단사퇴론 제기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및 유승민 거부’ 선언으로 여권 내분이 증폭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6일 박 대통령에게 거듭 머리를 숙였으나, 친박근혜계는 오히려 지도부 집단사퇴와 박 대통령 탈당까지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를 향한 사퇴 압력을 높였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날에 이어 거듭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친박계는 “이미 늦었다”며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25일) 의원총회는 국회법이 다시 넘어온 것을 어떻게 할지를 주로 논의한 자리였지, 특정인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는 아니었다”며 “거취라는 것은 누구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김태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이별통지서를 받고 나서 사과하면 뭐하느냐”며 “당청 관계, 대야 관계, 당내 리더십 등에서 권위와 신뢰를 잃은 만큼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연서명을 받아 유 원내대표 거취를 주제로 한 의총을 다음주 초 열 것을 유 원내대표에게 요구할 예정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은 박 대통령 탈당과 지도부 집단사퇴까지 입에 올렸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탈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대통령 탈당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못 하겠느냐”며, 유 원내대표가 결단하지 않으면 최고위원직을 사퇴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등 친박 성향 최고위원 일부가 사퇴하면, 김무성 대표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는 김 대표에게 ‘유승민 찍어내기’에 동참하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친박계의 강경한 태도는 청와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내대표직 유지를 결정한 의총 결과와 관련해 “새누리당이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갈 수 없다는 게 박 대통령의 분명한 뜻이라고 밝힌 만큼, 이제는 새누리당이 당내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정리해달라는 게 청와대 기류다.
황준범 석진환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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