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발언 자가당착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다. 언제까지 이런 법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서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의 경제살리기 법안들이 국회의 ‘발목잡기’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국회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실제 상황과도 다르고, 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법들은 ‘경제 살리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야당과 시민사회의 지적이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이 처리해 달라는 경제활성화법은 30여가지다. 그중 새정치연합은 23개의 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주거나 이번 본회의에서 처리해주기로 약속돼 있다”며 “경제를 살리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을 탓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야당 탓만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국회에 묶여 있다고 거론한 경제활성화법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의료법’ 등이다. 모두 민영화 논란이나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을 짓는다는 지적이 따르는 법들이다.
서비스법, 의료법, 관광진흥법…
“경제살리기와 거리 멀어”
“정부가 습관적으로 야당 탓” 지적 대통령, 여야 법안연계 처리 비판에
여당서도 “정치를 잘 모르는 듯”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과 의료법은 모두 의료 영리화 논란이 불거진 법이다. 서비스법에 포함된 보건·의료 분야는 ‘의료 영리화 확대’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의료법은 원격진료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의료 공공성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여야는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하기도 했지만, 여당 내부 이견으로 처리가 미뤄졌다.
학교 앞에 호텔 등 숙박시설의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은 야당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반대로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수요가 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교육환경을 해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관광진흥법은 학교에 인접한 경복궁 옆 호텔 건설을 추진했던 한진그룹을 위한 특혜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정부는 관광진흥법의 경우 투자효과는 7000억원, 일자리 창출 효과는 1만7000명이라고 주장한다. 또 서비스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45만개 생긴다고 역설하지만, 둘 다 명확하지 않다. 야당은 그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2012년 정부가 일자리 1만3000개가 창출된다며 외국인투자촉진법 통과를 압박했지만 (법 통과 이후 지금까지) 현재 직접 일자리는 179개가 창출됐다”며 정부 주장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국회에 대해 선전포고를 함에 따라 국회가 사실상 ‘업무정지’ 상태에 들어가 박 대통령은 자신이 요구하는 이른바 ‘경제활성화법’ 등의 처리를 스스로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법 재의결 요구로 본회의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법 외에는 파행으로 치달으며, 그동안 정부가 처리를 요구했던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의 처리도 미뤄졌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법안 연계처리에 대해서도 강력 성토했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에 시시티브이(CCTV) 설치 의무화를 뼈대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과 야당의 숙원 법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통과를 두고 “관련 없는 법안을 연계하기로 합의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여당과 야당이 서로 요구하는 법안을 연계처리하는 것은 일상적인 의회 활동이다. 이런 연계처리를 하지 말라고 하면 여야 협상 수단은 사실상 사라진다. 결국 야당이 완전히 무릎 꿇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달라는 게 박 대통령의 요구인 셈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선진화법으로 야당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에서 협의를 위한 정치적 과정을 ‘주고받기식’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승준 서보미 기자 gamja@hani.co.kr
“경제살리기와 거리 멀어”
“정부가 습관적으로 야당 탓” 지적 대통령, 여야 법안연계 처리 비판에
여당서도 “정치를 잘 모르는 듯”
박 대통령 국무회의 주요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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