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통령 거부권 행사 45%가 부정적
개정안 찬성 48% 반대 26%
개정안 찬성 48% 반대 26%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정의화 국회의장 중재안) 처리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그동안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뜻을 같이해온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최근 들어 견해차를 보이며 불안한 정치적 동거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요구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정부에서 입장을 취하면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개정안을 재의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하루 전날에도 “대통령 입장에선 위헌성이 분명한데 그걸 또 결재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비슷한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김 대표는 국회법 논란과 관련해 유승민 원내대표와 뜻을 같이해왔다. 행정입법 시정 요구권에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강제성이 없다고 적극 해명하고(지난 3일), 당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유 원내대표를 적극 옹호했다(지난 1일). 그러나 최근 들어 청와대를 두둔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한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19일 이번 개정안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다만,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위헌성)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한 차례도 바꾼 적은 없다.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 성향과 가치관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음에도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에 맞서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로 한배를 타온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관계가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을 계기로 ‘파경’을 맞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특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유 원내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 원내대표의 측근들은 그에게 “일단 이번만큼은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친박 의원조차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유 원내대표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겠지만 총선이 코앞인 만큼 참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와 <머니투데이>가 지난 17~1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44.8%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3.4%에 불과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47.7%를 차지한 반면, ‘반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26.4%에 그쳤다. 이 조사는 무선·유선전화 임의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5.0%이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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