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대응 및 방역지원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범정부 메르스 대책 지원본부 상황실를 방문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청와대 사진기자단
메르스 비상
복지부 ‘늑장대처’ 의혹 사실로
사태 심각성 인지못하고 오판
국무회의 보고도 엿새 뒤에야
복지부 ‘늑장대처’ 의혹 사실로
사태 심각성 인지못하고 오판
국무회의 보고도 엿새 뒤에야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엿새 뒤인 지난달 26일에야 국무회의 자리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첫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늑장 대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청와대 책임론과 문형표 장관 ‘사퇴론’이 번지고 있다.
문 장관은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문에서 ‘박 대통령에게 메르스와 관련해 최초 대면 보고한 것이 언제인가’라는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5월26일 국무회의에서 첫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대통령을 찾아가 보고한 적이 없는가’라는 물음에 “유선상으로 통화하면서 여러차례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대면보고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메르스 최초 확진 환자가 발생한 날은 지난달 20일이었다.
문 장관의 지난달 26일 대면보고도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메르스 현황을 위한 별도의 대면보고로 볼 수 없다. 문 장관은 또 지난 3일 대통령 주재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두번째 대면보고를 했다고 하지만, 이 보고 역시 영상회의로 진행된 것이다. 결국 지금껏 문 장관이 박 대통령에게 개별적으로 대면보고를 한 적은 없는 셈이다. 이는 대면보고를 꺼리는 박 대통령의 업무스타일과 사태 초기에 박 대통령과 문 장관 모두 상황이 위중하지 않을 것으로 잘못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 장관은 메르스 첫 환자 확진 이후 대통령에게 서면보고를 한 적도 없었다. 이에 이목희 의원은 “메르스로 6명이 사망하고 2500여명의 국민들이 격리돼 있다. 이런 중대한 사안에 (주무 장관이) 공식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밖에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은 여야를 떠나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집중된 평택(을)이 지역구인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의 메르스 대응은 낙제점이고 매뉴얼들은 현장에서 무용지물”이라며 “국민이 불안하다고 하는데, 정부는 국민들에게 ‘왜 불안하냐’고 묻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전병헌 새정치연합 의원은 “장관의 무능이 국민에게 공포와 불안을 주고 있다. 문 장관은 보건전문가도 아니고 사태 수습에 장애가 될 뿐이다.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앞서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소리’에서 초동대응 실패를 들어 “문 장관은 사표를 내놓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이날 “방역에 구멍이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대응 실패라는 지적에 대해선 “매뉴얼대로 했으며 방법이 틀리지 않았다. 정책방향이 실패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및 대책에 대한 국회 긴급현안질문을 위해 8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답하던 중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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