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최근 ‘국회의원 쌈짓돈’ 논란에 휩싸인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특수활동비) 유용 문제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크다”며 “어떤 개선책을 마련할지 (국회의장 등과) 진지하게 논의해 적절한 시기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검찰수사·재판 과정에서 특수활동비 일종인 원내대표 국회 대책비, 상임위원장 직책비 일부를 생활비와 아들 유학자금으로 보탰다고 진술하면서, ‘특수활동비=눈먼 돈’이란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눈길이 아주 차가워졌다”며 “이윤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반장으로 국회 특수활동비를 점검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개선대책단을 발족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오후 의장과 면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의장이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면 여야 원내대표가 같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의장도 (여기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특수활동비는 ‘국회 보직’이 있는 인사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일종의 ‘판공비’다. 국회의장과 2명의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18명, 특별위원장 10명, 국회 사무총장·도서관장·예산정책처장 등 장차관급 공무원 7명 등 모두 39명에게 지급된다. 올해 책정된 예산은 83억9817만원이다.
상임위원장·특별위원장은 한달 700만원 안팎으로, 연간 84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는 여당 원내대표 몫은 연간 4억~6억원 정도로 알려졌고, 대외활동이 많은 의장은 이보다 더 많이 받는다.
이들은 특수활동비가 개인적으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원내대표의 경우 원내부대표단과 정책위 의장단한테, 상임위원장의 경우는 상임위 여야 간사 등에게 나눠준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상임위원장은 여야 간사와 행정실에 회의진행비 등을 주고, 소속 의원들이 해외에 나갈 때 격려금도 줘야 한다”며 “간담회를 한번만 해도 다과비, 토론비, 밥값 등 100만원이 훌쩍 나가니 (월 700만원가량에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홍 지사와 신 의원이 수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증빙서류가 필요 없는 ‘국회 활동비’를 핑곗거리로 댄 것 아니냐며, 발언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회활동비가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돈은 원내대표·상임위원장에게 직접 지급되는데다, 사후적으로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도 없다. 국회 핵심 관계자는 “전체 정부의 특수활동비(약 8840억원) 중 국회 비중은 0.95%”라며 “국회는 정무적 활동을 하는 곳이니 점차 규모를 줄여가면서 투명성을 높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보미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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