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북한 영화 배경음악 사용…‘임’과 ‘새날’ 의미 논란”
올해 5·18 기념식에서도 제창 아닌 합창단 합창으로
올해 5·18 기념식에서도 제창 아닌 합창단 합창으로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점을 거론하며 이 노래를 제창할 경우 국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보훈처는 이 때문에 정부 주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이 아닌 합창 방식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14일 보도자료를 내 “18일 열리는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예년과 같이 공식식순인 기념공연에 포함하여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2008년 이전과 같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해야한다는 5·18 민주화운동 단체 등의 요구를 이번에도 거부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이 1997년 정부기념일로 제정된 이후 2008년까지 정부기념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첫해인 2008년 보수 안보단체들이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주먹을 쥐고 흔들며 제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2009년부터 합창단 합창 방식으로 바뀌었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지 않는 이유로 “이 노래가 1991년 남쪽의 황석영과 북쪽의 리춘구가 공동집필하여 제작한 북한의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 배경음악으로 사용돼 ‘임’과 ‘새날’의 의미에 논란이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또 “작사자(황석영)의 행적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양립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어 국민 통합에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 “정부기념식에서 기념일과 동일한 제목이 아닌 특정한 노래를 부르는 5·18 기념식과 4.3 추념식, 6·10 기념식 모두 합창 형식으로 노래를 부른다”는 논리를 댔다.
하지만 보훈처의 이런 주장이 오히려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궤변에 가깝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 4월 정의화 국회의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은 광주정신이며, 5·18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게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들이 주도하는 제3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는 지난 11일 정부 주관 5·18 기념식 불참과 국가보훈처 예산지원 거부를 공식선언했다. 대신 같은 시각에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민주평화광장에서 독자적인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이 기념식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 시민 주도 기념식에 광주시의회는 2명을 제외한 의장 등 전원과 천정배 무소속 국회의원도 참석한다. 윤장현 광주시장과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은 어떤 행사에 참석할지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광주 지역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부 주관 행사에 참여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계엄군에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노래로 백기완씨가 쓴 시에 기반해 황석영 작가가 작사를 했다. 황석영 작가는 1989년 방북했다가 7년형을 선고받고 1998년에 사면 석방됐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