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정동빌딩에서 이수일 전교조 위원장, 심성보 교육연대 공동대표,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오른쪽 두번째부터) 등 교육개혁 시민운동연대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김진표 의원의 교육부총리 임명을 반대하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있다.김종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김진표 열린우리당 의원을 기용함으로써, ‘교육수장’을 둘러싼 적격성 논란이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노 대통령의 이번 선택에 대해서는 ‘장고 끝의 악수’라는 지적이 많다. 이기준 전 부총리 사퇴 파동과 김효석 민주당 의원의 영입 좌절을 겪으며 20일 만에 한 인선이지만, 긍정적 반응보다는 비판론이 훨씬 많은 탓이다. 사실 노 대통령의 이런 인선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기는 하다. 그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후임 교육부총리 인선 방향에 대해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대학교육에 대해서 우리 경제와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주문서를 정확하게 내고 그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 갈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관은 역시 정치인 장관이 가장 적절하다”고도 말했다. 결국 ‘경제 마인드와 개혁성, 조정능력 등을 갖춘 비교육계 인사’라는 대체적인 기준이 이미 제시돼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김 부총리의 기용은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김 부총리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일선 세무서장을 시작으로 옛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재무관료 출신이다. 경력상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길을 걸어온, ‘교육 문외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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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선이 나름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판단 자체가 고지식한 형식논리라는 지적도 많다. 교육계를 아우를 수 있으면서도 경제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면 충분한데, 굳이 교육 문외한인 경제관료를 교육수장에 기용한 게 무리수라는 것이다. 신임 김 부총리의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인이라지만 정치 이력이 짧아 각계의 이해관계를 아우를 조정 능력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경제부총리 시절의 업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서 애초의 인선 기준 자체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히 “대학은 산업”이라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교육을 과도하게 경제적 관점에서만 해석함으로써 교육철학의 부재를 스스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부총리로 최종 낙점되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기용설에 교육계가 강력히 반발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인사추천회의는 2시간이 넘게 이 문제를 두고 논의를 계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교육수장을 종래와 같이 교육계에서 발탁할 것인가, 시장수요에 맞도록 비교육계 인사로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기류도 노 대통령의 결심을 뒤집지는 못했다. 달리 보면, 이번 인사는 현정부 인재풀의 한계를 다시한번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교육계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인선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또다른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백기철 기자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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