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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선거 뒤 광주 민심은…대파 뽑아낸 듯 “속이 다 후련”

등록 2015-04-30 17:32수정 2015-04-30 18:43

30일 오후 광주 서구 운천로 천정배 광주 서구을 당선자의 선거사무실 앞으로 광주 시민이 지나고 있다. 광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30일 오후 광주 서구 운천로 천정배 광주 서구을 당선자의 선거사무실 앞으로 광주 시민이 지나고 있다. 광주/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4·29 재보선 새정치 심판한 광주 르뽀
“무능한 데다 계파 싸움이나 하고 있어 이대론 안돼
문재인이 크게 잘못한 건 없지만 ‘친노’들이 설쳐대
천정배가 딱히 좋다기보다 호남 새판 짜기에 공감”

“그동안 ‘새정치’를 많이 찍었제라. 근디 이번에는 그 아저씨(천정배 후보)가 돼야 바꿀 것을 바꾸지요.”

30일 오후 1시20분께 광주시 서구 금호지구 네거리 빛고을국악전수관 신호등 옆에서 야채 노점을 하는 박향자(54)씨는 대파를 손질하다가 ‘변화’라는 말을 툭 던졌다. 식당 주인 이아무개(55)씨는 “새정치연합에 본때를 보여줘야제. 속이 시원해”라고 했다. 인근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던 장원호(40·건설업)씨는 “‘민주당’이 정신차려야지요. 시민들 인식은 변하는데, 당만 보고 찍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라고 꼬집었다. 4·29 재보궐선거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61) 무소속 후보가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옐로우 카드’였다.

전통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안방’으로 여겨졌던 광주에서 유권자들이 천 당선자를 통해 새정치연합에 항의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금호지구에서 과일 가게를 하는 조상훈(57)씨는 “성완종 리스트라는 그렇게 큰 거시기(사건)가 터졌는데도 민주당이 한 석도 못얻었잖아요? 유서에 친박 측근이 8명이나 들어 있었어요. 실착한 것이지요. 깡다구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의 공천 행태에도 따끔하게 일침을 놨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광주 서갑 경선에 참여하려다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와 떨어진 사람을 여그다가 공천해야 쓰겄어요?”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친노와 동교동계 등으로 나뉜 내부 계파 갈등과 당의 우클릭 논란이 정치적 확장도 가져오지 못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학)는 “광주 분들이 권력 교체에 민감하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밀어달라고 했지만, 시민들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낸 항의 투표였다. 하지만 문 대표에 책임을 물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사람이 대표를 했어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받으려면 표의 확장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한 번 믿어보자’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지만, 계파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에 대해선 반감이 컸다. 문우근(65·광주 서구)씨는 “문 대표가 그렇게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친노들이 설치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상무지구에서 만난 한 50대 남자는 “노무현만큼은 못해. 어쩐지 친근감이 없고, 거리감이 좀 느껴지고…. 친노가 좌지우지하고 자기 측근 세워선 안되지요. 관악을도 친노 후보 세울 일이 아니지”라고 비판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철학)는 “새정치연합이 새정치연합으론 정권교체가 안 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읽지 못했다. 시민들은 새정치연합에 대해 절대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고, 옐로우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당 정책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방향이 정해지면 서로 공유하는게 정당인데, 새정치연합은 당권싸움과 자리에만 관심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광주지역 새정치연합 의원들에게도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무원 임아무개(53)씨는 “뱃지에만 관심있는 광주 국회의원들 정신차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세월호 문제나 특검법 등 이슈 때마다 새정치연합은 무능하게 대응했다. 천정배를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고, 시민들은 최악보다 차악을 선택했을 뿐이다. 특히 광주지역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뱃지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앞으로 천 당선자의 행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박구용 교수는 “새정치연합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 아니다. 호남 정치의 새판짜기에 나서달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천 당선자가 외면하고 대권 후보로 착각해 사심을 챙기기에 급급하면 냉혹하게 심판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병근 교수는 “천 당선자는 이념적으로 움직일 사람이 아니다. 신당 관련해 의지가 강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친노와 비노의 갈등이 심해져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이 독자정당을 추구하면 연대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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