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일꾼론-국민 지갑론 맞서다
특별 사면-부패정당 공방 확전
특별 사면-부패정당 공방 확전
숨가쁜 한 달이었다. 임기 1년 남짓의 국회의원 4명을 뽑는 ‘미니선거’가 ‘성완종 리스트’ 파동과 함께 정국의 심판대로 부상하면서, 여야의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정략과 정쟁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
지난달 말 여야 후보의 대진표가 확정될 때만 해도, 새누리당은 지역 현안을 해결 할 수 있는 ‘지역일꾼론’을 강조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지갑을 지키는 선거’로 규정하며 ‘경제정당론’으로 맞섰다. 하지만 지난 9일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남긴 ‘리스트’와 함께 정국은 ‘성완종 블랙홀’에 급속히 빠져들었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에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 최측근이 거론되면서, 재보선의 성격은 급속히 ‘정권 심판론’의 프레임으로 재편성됐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 둘째날인 14일,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재보선 당시 이완구 전 총리에게 음료상자에 3000만원을 넣어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전 총리의 사퇴 여부가 재보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새누리당을 ‘부패정당’으로 지목해 공세에 나섰고,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이 전 총리의 자진사퇴를 연일 촉구하며 대응에 나섰다. 결국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 중이던 20일 밤에 이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총리 사퇴 전까지는 민심이 냉랭했는데, 총리가 물러나고 새누리당은 관계없다며 적극적으로 호소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동시에 검찰발로 ‘성 전 회장이 야권에도 로비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야당으로 옮아붙기 시작했다. 이어 21일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참여정부가 성 전 회장이 두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한 배경에 특혜 의혹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성완종 리스트 공방은 특별사면 논란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연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초대형 악재를 특별사면과 부패정당 공방으로 확대해, 여당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재보선 정국은 선거 전날인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메시지에서 노무현·이명박 정부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는 ‘특별사면 수사’를 요구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성완종 파문의 본질인 ‘돈과 권력·특혜의 거래’에 대한 진상규명 목소리는 옅어져 가고, 유권자들의 정치혐오만 더 커진 한달이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이슈4·29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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