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문재인
[뉴스분석] 여야 원내대표·대표 국회연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8~9일 국회 연설을 통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겨냥한 혁신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두 사람이 제시한 혁신의 방향은 양극화 해소, 공정한 경제, 복지 강화 등으로 수렴된다. 올해 중반부터 여의도에서는 사회경제적으로는 중산층을 키우고, 정치적으로는 중도층을 붙잡으려는 여야의 ‘중원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원내대표와 문재인 대표는 연설에서, 진보-보수, 좌우 진영의 대립구도 속에서 두 당이 견지해온 각자의 정책 노선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성장과 자유시장경제를 강조하던 새누리당은 복지와 증세를 말하고, 분배와 평화를 앞세워온 새정치연합은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에서도 법인세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안전망 강화, 단기부양책 반대 등 놀라울 정도로 교집합이 크다.
여야가 이처럼 중간지대로 모이는 이유는, 가까이는 내년 4월 총선, 궁극적으로는 2017년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서다. 새누리당은 2012년 대선 때도 경제민주화를 내걸어 재집권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집권 뒤 경제민주화 등 공약은 파기됐고 여전히 ‘부자·반복지 정당’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런 취약점을 보강해 가며 포용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경제·안보 무능론’에 시달렸던 새정치연합 또한 성장론과 안보를 강조함으로써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자리매김 받으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여야가 중산층 강화와 중도층 잡기 경쟁으로 나서는 것은, 전세계적 저성장 구조 속에서의 필연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저성장 흐름에 접어든 상태에서, 성장잠재력을 유지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산층을 강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세계적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은 이런 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유승민의 이런 경쟁이 실제 정책이나 공약으로 채택되고,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변수들이 남아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내부의 이견을 극복해 내는 게 첫번째 과제다. 여권을 보자면 당장 유승민 원내대표의 연설을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는 반대론이 나오고, 청와대도 못마땅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지도부의 ‘투톱’을 이루고 있는 김무성 대표가 복지 강화와 증세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유 원내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큰 변신을 성공시켰던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같은 절대적 대권 주자가 현 여권에는 없다는 점도 변수다. 새정치연합 또한 4·29 재보선 결과에 따라 당 내부에서 문재인 대표의 지도력을 문제 삼으면서, 그가 내세운 ‘성장·안보’ 화두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여야 의원들 모두 ‘시대정신’을 거슬러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가 더욱 중간지대로 모이게 될 것이고, 정책들이 결국 총선 공약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자 내부 논쟁을 거쳐 ‘중간지대로 이동’으로 총의를 모은다면, 여야는 내년 총선에서 ‘누가 더 잘 실현해낼 것인가’라는 과제에 구체적인 정책과 인물로 겨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이슈4·29 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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