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는 “지지층 영향 줄 것”
문재인-동교동계 갈등 길어지며
야당 성향 선거외면 현상도
문재인-동교동계 갈등 길어지며
야당 성향 선거외면 현상도
4·29 재보선에는 과거 재보선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구도다.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야권의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천정배 정동영 후보의 출마로 정권심판론은 사라지고 야당심판론이 부각되고 있다. 그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네 곳 모두 패배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지역이었던 서울 관악을에서 여당 후보가 앞선다. 광주서을은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앞선다.
둘째, 주인공이다. 여야의 후보들이나 김무성 문재인 대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새정치연합 권노갑 상임고문과 박지원 의원의 선거 지원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며 ‘동교동계’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6일 아침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충분히 얘기를 나눴다. 어제 저녁에 권노갑 박양수 두 분과 논의했다. 그분들이 내일 화요일 현충원에서 참배하면서 얘기할 것이다. 저는 가지 않는다. 결과를 지켜보겠다.”
기자들은 7일 아침 국립현충원에 몰려가 동교동계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취재를 해야 한다. 동교동계로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오랫만의 흥행이다. 그런데 지나치면 탈이 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동교동계 일부 인사들이 재보선 국면을 이용해 ‘자기 장사’를 너무 세게 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동교동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세력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은 무엇일까? 지난 3일 저녁 권노갑 상임고문, 남궁진·이협·박양수·김방림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이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을 찾았다. 이훈평 전 의원을 비롯해 동교동계 인사들이 선거 지원에 반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였다. 이희호 이사장이 내놓은 메시지는 “단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참석자는 “김대중 정신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후보 단일화 실패 뒤 오랫동안 책임론에 시달렸다. 그리고 나서는 일관되게 연합정치의 길을 걸었다. 1992년에는 재야와 연합했고, 1997년에는 김종필 총재와 연합해 집권에 성공했다. 2009년 서거 전 “내가 70을 갖고 있어도 70을 내주고 30만 갖고 통합을 해야 한다”고 정치적 유언을 한 일이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철학을 승계한 동교동계가 당과 문재인 대표를 돕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동교동계가 유세에 나서면 선거 구도와 판세가 달라질까? 진성준 새정치연합 전략기획위원장은 “전통적인 지지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의 갈등 양상이 길어지면서 야당 성향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시간은 문재인 대표와 동교동계의 봉합을 기다려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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