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전환대출 시행 사흘째인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국민은행 남대문지점 전담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위공직자 30%가 공개 안해
박근혜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워 투명성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고위공직자 30%가량이 부모나 자녀 등 직계 가족의 재산등록을 고지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정부와 국회 등 5개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고위공직자 2338명의 지난해 말 기준 재산신고 자료를 보면, 모두 685명이 부모나 자녀, 손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직계 존비속이 독립생계를 유지하거나 타인이 부양할 경우 그 재산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지 거부 비율은 판검사들과 국세청 등 이른바 ‘힘있는 부서’일수록 높았다. 행정부 공개 대상자 가운데 검찰 고위간부 35명 중 20명(57.1%), 대법원 공개 대상자 154명 중 72명(46.8%) 등 판검사들은 거의 절반가량이 고지를 거부했다. 국세청은 공개 대상자 4명 가운데 3명(75%)이 직계 존비속 재산공개를 거부해 단일기관으로는 고지 거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국회는 사무처를 제외한 의원들 292명 가운데 108명(36.9%)이 직계 존비속의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62명(40%), 새정치민주연합 41명(31.5%), 정의당 3명, 무소속 2명으로 나타났다.
재산이 상대적으로 많은 고위공직자들의 고지 거부 비율도 높았다. 행정부 내 재산 신고액이 가장 많은 10명 가운데, 우병우 대통령실 민정비서관(현 민정수석),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윤창번 미래전략수석비서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 이련주 경제조정실장 등 5명이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부모나 자녀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장관 16명 가운데 7명(43.8%)이 고지 거부했고, 대통령실도 50명 가운데 18명(36%)이 고지 거부를 택했다.
재산신고 축소를 위해 고지 거부 제도가 악용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부터 ‘별도 세대 구성’ 인정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는 등 고지 거부 관행을 강화했지만 큰 효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행정부 고지 거부 비율은 26.9%로, 지난해(27%), 재작년(27.6%)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신고 내용의 정확성이나 진실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해 정기·수시 재산공개 대상자 2373명 전체의 신고 내역을 심사한 결과 303명(10.5%)이 실제와 신고 내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가 난 이들은 과태료 부과 처분(3억원 이상) 또는 경고 및 시정조처를 받았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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