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치세력을 건설하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현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선 ‘배지 한번 더 달 생각에 탈당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 쪽에선 그에게 줄기차게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20일 정동영 전 의원을 향해 “당 의장에 집권 여당 대선후보까지 했던 사람이 한번도 아니고 여러번 탈당해 재보선에 참여하는 것은 신의를 잃은 것이다. 야권 분열을 일으킨다면 정치생명은 끝날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정 전 의원은 15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서 “세간에는 김영삼 정권 때 김현철에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며 당시 정권 최고 실세였던 권 고문에게 2선 퇴진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정풍 파동’을 주도한 바 있어, 권 고문과는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권 고문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옛일은 오래전에 다 털었다”며 “정 전 의원에게 ‘개혁을 하고 싶으면 당내에서 해야지 당을 나가선 안 된다’고 여러번 조언했다. 그런데도 탈당을 한 건 결국 우리 당 공천을 못 받을 것 같으니 신당을 만들어 선거에 나가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탈당 뒤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천정배 전 의원에 대해서도 “경기 안산에서 4선을 한 중진의원이 광주에 가서 출마를 하겠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권 고문의 이런 비판에 대해, 정 전 의원 쪽에서는 “야당 역할도 못하면서 야권 분열을 내세우는 건 문제”라고 발끈했다. 특히 정 전 의원 쪽에서는 불출마 뜻을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국민모임 쪽으로부터 계속 서울 관악을 출마 요구를 받고 있던 터라, 불편한 기색이 더 역력하다. 정 전 의원 쪽에선 이번 재보궐선거 때 새 후보를 국민모임에 영입하는 한편, 정의당과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등 진보 정치세력과 선거연대를 추진하고, 이를 밑거름 삼아 내년 총선에 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천 전 의원이 국민모임에 합류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재 영입은 물론 선거연대 구상도 꼬이게 됐다. 김세균 신당추진위 공동추진위원장은 이날도 거듭 정 전 의원의 출마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불출마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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