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취임 뒤 첫 담화 발표
부패척결 대대적 사정 예고
“정치적 입지 강화” 분석도
부패척결 대대적 사정 예고
“정치적 입지 강화” 분석도
이완구 국무총리가 12일 내놓은 취임 뒤 첫 담화에서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선언하면서 ‘자원개발 의혹’과 ‘방위산업 비리’를 정조준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대표적인 의혹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 총리의 이날 담화는 ‘부패 척결 드라이브’로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막는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6일 취임 한달을 맞이하는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담화를 통해 “취임 이후 국정 현안을 파악하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해왔다”며 “국정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고질적 부정부패와 흐트러진 국가 기강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리는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척결’해야 할 부정부패의 사례로 △방위사업과 관련한 불량 장비·무기 납품 및 수뢰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과 부실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개인의 사익을 위한 공적 문서 유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지난해 말 야당이 국정조사 요구 대상으로 내세운 이른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가운데 2개가 겹친다. 지지율 추락의 악재 속에서 3년차를 맞이한 박근혜 정부의 국면 전환을 꾀하면서, 동시에 이 총리 본인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으로 입은 내상을 딛고 ‘책임총리’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시도란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부패 대응의 수단으로 대대적인 ‘사정 바람’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할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 등 법집행기관을 비롯해 모든 관련 부처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공직자 군기를 잡아 레임덕을 예방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부패와 연관짓기 어려운 ‘공문서 유출’까지 들어간 것은, 지난해 말 불거진 이른바 ‘정윤회 사건’을 염두에 둔 ‘공무원 겁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담화에 배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사실 기밀 유출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았다.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담화 50분 전 기자들에게 배포된 이 총리 담화문 초안에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합니다” “저는 ‘부패와의 전쟁’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완수하고자 합니다”라며 ‘전의’를 다지는 표현이 들어 있었으나 발표 때는 빠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직접 뺀 것으로 안다”며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너무 세다고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