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통과 이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4일, 공직사회의 관심은 김영란법을 구체화할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으로 쏠렸다. 주무부처인 권익위원회가 시행령을 마련하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도 이 과정에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대통령령’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법 테두리에서 허용되는 금품의 범위’다.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 8조 3항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에서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는 공직자도 기본적인 업무나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현행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공직자 훈령규정’에는 음식물·선물 한도는 3만원, 경조사비 5만원 등이다.
그러나 2003년에 책정된 이 기준을, 내년 9월에 시행되는 김영란법에 적용하려면 금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허용 금액을 낮게 산정할 경우 음식점·꽃집·택배회사와 농수축산업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8조 3항에서 예외로 인정되는 대통령령의 가액 등은 서민경제와 관련이 큰 만큼 행정부와 면밀히 상의하겠다”고 밝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안에서도 ‘서민의 눈높이에서 밥값 3만원, 경조사비 5만원이면 충분하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어, 이 금액 기준선이 훌쩍 올라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외부 강의를 하거나 기고한 대가로 받는 사례금의 허용 기준 역시 대통령령에 담겨야 하는 사항이다. 현행 공직자 행동강령에는 사례금 상한선이 장관 40만원, 과장급 이상 23만원, 5급 이하 12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또 김영란법에 빠진 절차들도 대통령령에 채워넣어야 한다. 공직자가 자신이나 배우자가 타인에게서 금품을 받았을 경우 소속 기관장에 신고하는 절차, 이를 소속 기관장이 처리하는 구체적 절차 등이 필요하다.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았을 경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법 시행에 대비해 이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중이며 시행령을 포함한 각종 하위법령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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