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 처리 여부가 닷새 남은 2월 임시국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26일에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하기도 했다. 평소 ‘김영란법은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이라고 주장해온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잇따라 만나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가면 국회의원 재보선이 있기 때문에 이번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가시적인 마지막 순간”이라며 여야 합의대로 다음달 2~3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을 요청했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관행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수 있는, 강력한 처벌장치를 갖춘 법안이다. 동시에 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3일 국회 법사위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 6명 중 5명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작용의 우려를 제기했다. “국가권력이 늘상 국민의 생활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여 반국가사범이나 정적 제거를 위해 이 법안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경찰국가 시대’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의견(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까지 나왔다.
지난해 1월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안(정무위안)에서 정의하는 ‘공공기관’의 종사자들은 한번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소액의 금품을 자주 받아도 한해 300만원 이상을 받으면 무조건 처벌된다. 가족(배우자와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이 이 범위를 넘는 금품을 받으면 종사자 본인이 처벌된다. 100만원 이하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범위를 넘는 금품을 받을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 범위는 현행 공직자 행동강령에서 정하는 3만원 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강력한 이유는 해당되는 이들의 범위와 내용 때문이다. 공공기관에는 정부 및 공공기관, 공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공립·사립 교육기관과 모든 언론사가 해당되고, 여기에서의 금품은 돈이나 상품권뿐만 아니라 통상적으로 선물로 많이 쓰이는 초대권, 입장권부터 식사·음주·골프 등 접대성이 있는 것들은 대부분 해당된다. 공무원과 민원인, 기자와 출입처, 교사와 학부모, 공공기관·공기업과 협력회사 간에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술자리, 밥자리나 선물이 회당 3만원어치를 넘어서는 순간 모두 위법이 되는 것이다. 그 대상자는 당사자가 186만여명, 가족을 포함할 경우 최소 550만명에서 최대 1786만여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의 40%가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란법은 2012년 8월2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입법예고안)에서 출발한다. 이 법을 설계한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국민은 (공직자들의 관행인) 스폰서, 떡값, 촌지 같은 연고·온정주의 사회 관행을 부패로 보지만 형법상으로는 대가성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 공직사회 전체가 신뢰를 잃게 되는 주된 요인이다”(<한겨레21> 인터뷰)라고 입법취지를 밝히고 있다. 입법예고안에서는 본인이든 가족이든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100만원 이상 금품은 무조건 처벌, 100만원 이하는 무조건 과태료를 물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과잉 처벌’이라며 강하게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2013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원안)은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원안을 넘겨받은 국회 정무위에서는 “김영란법 원안이 통과되면 최대 1500만 명이 커피 한 잔도 얻어먹을 수 없게 된다”(주호영 새누리당 의원)거나 “헌법의 연좌제 금지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는 등의 우려가 나왔다.
정무위에서는 결국 100만원 이상 금품을 받을 경우는 무조건 처벌하지만, 100만원 이하의 금품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만 과태료를 물리는 방향으로 또 한번 조정했다.
현재로선 정무위안을 고수하는 야당과 이를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여당이 맞서고 있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여당 안에서도 국민의 기대가 높은 김영란법 처리를 미룰 경우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막판에 여야가 전격 합의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27일 오전 김영란법 관련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처리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법조인 출신 의원은 “법안 문제를 따지자면 한두 개가 아니지만 최종 수권자인 국민이 원하면 헌법도 바꾸는 세상이 아니냐”며 “국회는 일단 국민의 요구를 담아 법안을 만들고 (위헌 여부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할 일”이라고 했다.
서보미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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