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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원세훈 유죄, 1심에서 배제한 증거가 ‘결정적 증거’

등록 2015-02-10 20:41수정 2015-02-11 12:16

국정원 트위터팀 김아무개 이메일 첨부파일 2개
증거 채택하자 ‘선거 개입’ 실체 분명해져
트위터 활동내역·팀원 계정목록
당사자 부인에도 ‘통상문서’로 판단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국정원 트위터팀 직원 김아무개씨의 전자우편 첨부파일 2개가 증거로 채택된 것이다. 이 때문에 1심의 배가 넘는 대선·정치 개입 트위터 글이 유죄의 증거로 인정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실체가 더욱 분명히 드러날 수 있었다.

텍스트파일로 된 두 문서에는 김씨의 트위터 활동 내역이 자세히 기록돼있다. 에이(A)4 용지 420장 분량의 ‘425지논’ 파일에는 2012년 4월25~12월5일 주말·공휴일을 제외한 거의 매일 활동한 기록이 담겨있다. ‘지논’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하달한 ‘논지’를 거꾸로 표기한 것이다. 여기에는 ‘금일 이슈 및 논지’로 ‘4대강 효과’와 ‘브이아이피(VIP) 국정운영성과 확산’ 등이 내용으로 적혀있다. 이런 논지에 부합하는 트위터 글과 언론 기사도 발췌·정리돼있다. 팔로어를 늘려 트위트·리트위트 한 글의 전파력을 극대화하는 법과 계정이 정지당했을 때 대처하는 법 등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또 하나의 파일 ‘ssecurity’는 19장 분량으로, 팀원 이름과 이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들이 나열돼있다. 여기에는 ‘1205 금천구 카페베네’처럼 김씨가 트위터 ‘공작’을 한 일시·장소도 나와있다. 이는 김씨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일치한다. 팀원들이 대량 전파할 우파 논객 트위터 계정도 적어놨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425지논’ 파일을 썼다고 했다가 1심 법정에서 번복했다.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전자우편에 보내놓고 활용한 사실이 있지만, 끝내 본인이 작성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1심은 “당사자가 작성을 부인해 증거로 쓸 수 없다”며 두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당사자가 작성을 부인한 문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제313조)을 근거로 했다. 검찰은 업무상 작성한 ‘통상문서’여서 역시 형사소송법 조항(제315조)에 따라 당사자의 인정과는 무관하게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파일에 기재된 트위터 계정과 이 계정으로 쓴 글들은 빼고, 검찰이 다른 경로로 파악한 175개 계정이 쓴 글 11만건만 인정됐다.

항소심은 두 파일을 ‘업무상 작성한 통상문서’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 수행 방법이 기재돼있고,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 (김씨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작성했다. 업무매뉴얼과 일치하는 활동 내역도 있다”고 밝혔다. 또 “스스로 보안문서라고 강조한 첨부파일 내용을 허위로 기재할 가능성은 낮다”며, 해당 파일이 형사소송법이 규정하는 ‘특별히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문서’(제315조)라고 판단했다. 결국 첨부파일에 있는 계정들을 포함해 포함해 트위터 계정 716개가 쓴 27만4800개 글이 증거로 인정됐다.

이번 판단은 검찰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업무상 통상문서’나 ‘특별히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문서’에 대한 해석을 좁게 해석해왔다고 불만을 드러내왔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어떤 문서를 ‘업무상 문서’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면 디지털 문서를 증거로 삼는 다른 사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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