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줄 알았는데, 이럴줄이야”
‘친박의 완패’ 평가는 극도로 경계
“총선 앞둬 청와대에 변화 메시지”
결속력 떨어지며 거리두기로 읽혀
‘친박의 완패’ 평가는 극도로 경계
“총선 앞둬 청와대에 변화 메시지”
결속력 떨어지며 거리두기로 읽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비박근혜)계의 지원을 받은 유승민 의원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2일, 친박계 의원들은 “이번 경선은 계파 구도로 치러지지 않았다”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연이은 패배로 당 ‘투톱’(대표·원내대표) 자리를 비주류에게 넘겨주게 된 데 대한 위기감도 내비쳤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선 ‘이주영·홍문종 조’를 가까이서 도운 한 의원은 “어제 밤까지만 해도 ‘그래도 몇 표 차이로 이긴다’고 이야기 했는데 생각보다 큰 표차로 졌다”며 “저쪽은 티케이(TK·대구경북)에서 응집력이 있었던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한 중진 의원도 “팽팽하다고 봤는데 표 차가 컸다. 부동표가 30표 정도 있었는데, 오늘 후보 토론회에서 유 의원이 잘해 이중 20표를 가져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원래 계파색이 옅지만 박심(박근혜 대통령 의중)을 얻었고, 여기에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이들은 ‘친박 조’로 불려왔는데, 친박들의 기대와 달리 맥없이 ‘비박 조’에 패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박은 이번 선거가 ‘친박 대 비박’ 구도로 치러졌으며 ‘친박의 완패’로 결론났다는 평가를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위기의식이 생겨 청와대에 ‘변화해야 한다’고 시그널을 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친박 핵심이라는 홍문종 의원 때문에 ‘이주영-홍문종 조’가 친박 후보처럼 보였지만, 홍 의원도 친박 주류들과 출마를 상의한 적도 없고 우리가 도와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런 친박들의 ‘패배 부정’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친박의 지원을 받았거나 ‘친박 마케팅’을 한 후보들이 줄줄이 당내 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하고 있는 상황을 온전히 부인하진 못한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경선, 19대 국회의장 경선, 지난해 전당대회 등에서 줄줄이 비박계 후보가 예상외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 인기가 추락하는데다 당내 친박 결집력도 약화되면서, 친박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읽힌다. 친박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당이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중진의원은 “나는 대통령의 성공과 당 총선 승리를 유 의원을 지지했다”며 “대구가 지역구인 유 의원은 대통령을 배신하지 않으면서 청와대에 민심을 잘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