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 및 광주광역시당 정기대의원대회가 지난 18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려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후보(왼쪽부터)가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현장에서
2010년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는 ‘이웃집 개’였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이웃과 소송을 벌인 안상수 후보의 이력을 홍준표 후보가 들춰내면서 선거판이 느닷없는 ‘개 소송 난타전’으로 치달았던 탓이다. 지방선거 참패 여파로 혁신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 전당대회였지만, 사람들은 당시를 ‘개싸움’이란 단어로 기억할 뿐이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두고 문득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떠올랐다. 대통령의 노골적인 비선실세 감싸기, 꼼수증세 파동, 건강보험 개편 백지화 등 정권의 실정은 거듭되는데, 역대 최다 의석을 보유한 야당 전당대회는 한 달 가까이 ‘당권·대권 독식’, ‘호남 홀대’, ‘계파 선거’ 등 내부 정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양강’을 형성해온 박지원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문 후보에 대한 호남(출신) 당원들의 거부감을 자극하는 캠페인에 주력했다. “(문 후보가 청와대 있을 때 벌인)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혈액 투석을 받았다”, “호남이 전폭 지원해 문재인을 대선 후보 만들어줬더니 호남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인화성 높은 발언이 연일 확성기를 탔다. 급기야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여부를 둘러싼 문 후보 발언에 ‘색깔론’을 들이대고, 문 후보 진영의 ‘계파 줄세우기’ 의혹을 제기하며 ‘부정 경선’ 논란에 불을 댕겼다. ‘지역’,‘색깔’,‘부정 시비’라는 ‘네거티브 3종 세트’가 다 나온 셈이다.
후보들이 네거티브전에 빠져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대방이 ‘발끈해 오면’ 상대편의 운신 폭을 제한해 선거판을 원하는 구도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의 ‘(문재인) 대세론’이 자취를 감춘 것에서도 이는 어느 정도 증명된다. 문 후보도 호남·계파·경선규칙 문제에 미숙한 대처를 거듭했다. 돌출적인 ‘호남총리론’이 대표적이었다.
경선을 고작 닷새 앞둔 2일 문 후보 쪽은 급기야 당 선관위가 경선에 반영하는 여론조사에 ‘지지하는 후보 없음’ 항목 비율은 빼야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길 수 있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문 후보의 ‘진짜 실력’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순간이다. 게다가 박 후보는 “(규칙 개정이) 뜻대로 안 되면 특정 후보가 전대 보이코트를 하겠다고 한다”며 문 후보를 겨냥한 ‘역소문’까지 흘렸다. ‘이웃집 개’만 없을 뿐, 볼썽 사나운 ‘막장 전대’로 흘러가고 있다. 2일 사람들의 눈길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온통 쏠렸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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