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전산망 대란 뒤 “민간의 감시와 견제 필요” 발언 이력
국가안보실장 대외정책 관장…안보특보 ‘옥상옥’ 비판 제기
국가안보실장 대외정책 관장…안보특보 ‘옥상옥’ 비판 제기
23일 임명된 임종인(59) 청와대 안보특별보좌관은 민간에서 ‘사이버 안보’ 분야에 특화된 경력을 쌓아왔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안보 특보’, 그것도 사이버 안보 분야의 전문가를 특보로 임명할 필요성이 절실한지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임종인 특보는 고려대 수학과 졸업 뒤 암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00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이 된 뒤 한국정보보호학회장, 대검찰청 디지털수사자문위원장, 금융보안전문기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안보특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사이버 안보에 초점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임 특보는 2012년 대선 직후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논란이 일자,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정치적인 공방에서 벗어나 다시 과학으로 돌아올 때”라며 과학적 검증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듬해 3·20 전산망 대란 뒤 국정원이 사이버 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를 맡는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안이 논란이 되자,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잘못한 것도 많기 때문에 민간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임 특보가 재직했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은 학과 특성상 국정원, 군 등과 교류가 많다. 대선 당시 선거개입 댓글을 작성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도 이 학교를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안보 특보 신설은 불필요한 옥상옥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군 출신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대외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안보’라는 모자를 다시 올려놓을 필요가 없어 없어 보인다. 설령 임 특보가 사이버 안보의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사이버 안보’가 굳이 특보 자리를 새로 만들만큼 중차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굳이 특보 자리를 만든다면 통일·외교 특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연초에 고조됐던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는 맥없이 가라앉고 있고, 한-일관계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계속 냉랑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중 관계나 한-러 관계도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외교적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인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한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엉뚱한 처방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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