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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당은 시간끌기·정부는 왜곡”…국정조사가 위기다

등록 2015-01-22 22:26수정 2015-01-23 11:37

[탐사기획]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
(5) 증발한 수조원, 의문과 책임
자원외교 국정조사위 여야 간사가 22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왼쪽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오른쪽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자원외교 국정조사위 여야 간사가 22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왼쪽은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오른쪽은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여야가 합의한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앞두고,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의회의 국정조사권조차 무력화하고 있다. 의회가 요구한 정책, 사업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뒤틀린 자료들은 ‘자원외교’의 성패와 교훈점, 대안을 따지려는 국정조사에서 정부의 대응 논리로 고스란히 활용될 전망이다. ‘하나 마나 한 국정조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석달 동안 <한겨레> 취재에 ‘모르쇠 또는 은폐’로 대하던 이들이, 막상 보도가 나가자 ‘동어반복 식의 반박 또는 거짓 해명’을 되풀이했다.

정부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자원외교 책임론’에 가장 예민해했다. 현 정부와의 거의 유일한 ‘고리’인 탓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0월까지 지식경제부 장관 시절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앞두고 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의 보고를 따로 받은 적이 없다고 국회에서 증언했다. 다음달 “보고(는)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대신 “5~10분 정도 보고”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여러 문서와 기록을 토대로, 최 장관과 강영원 사장이 만난 날은 2009년 10월17일이 아닌 10월18일로, 강 사장이 하베스트 현지 협상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의 직보였으며, 대면 시간도 1시간 안팎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사전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던 기재부는 보도 직후인 22일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강 사장 쪽도 “오후 ‘5시30분부터 5~10분 만났다’고 말했다”는 게 반박의 요지였다. 그러나 강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오후 4시부터 만났다’거나, 최 장관에게 보고한 까닭을 두고 인수하려는 하베스트의 자회사(정유시설)가 법적 사업 분야인지 해석하는 데 있어서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고도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자주개발률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한겨레>는 사비아페루 사업에 대해 페루 현지 취재를 통해, 석유공사에 석유처분권이 없으므로 ‘우리가 생산하는 비율’을 뜻하는 본래의 자주개발률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산업부는 석유공사 자료를 토대로 “(계약상) 우리가 광구 생산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반박했다. 잘못된 해명이었다. 지난해 말 석유공사는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에 이미 “페루 국영 석유사가 생산물 처분권을 보유한다”고 보고했었다.

‘전-현 정부 고리’ 최경환
수시로 말바꾸기
‘자주개발률 부풀리기’ 산업부
원유 처분권 놓고 잘못 해명
공기업은 대부분 무대응 일관

여야 자원외교특위 출범 3주일
‘하나마나한 국정조사’ 가능성

산업부 자원개발전략과 담당 공무원은 취재진에게 욕도 했다. ‘유가스 처분권’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다.

의회도 제출받지 못한 행정부 자료가 넘친다. 국무총리실 주도의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 개최자료 및 회의록’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겨레>의 정보공개청구에 총리실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했다. 여러 야당 의원의 요청도 번번이 거부됐다.

하베스트 인수계약 사흘 전인 2009년 10월19일 8차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가 열렸다. 당시 주제가 ‘주요 현안사업 추진 경과 및 향후계획’이었다. 하베스트 사업이 지식경제부를 넘어, 범정부 차원에서 공유·논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확인 불가다.

외교부는 2010년 12월17일 민간기업 씨앤케이(CNK)가 카메룬의 다이아몬드 개발사업권을 따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후 씨앤케이 주가가 폭등했다. 주가조작 사건이었다. 외교부는 ‘씨앤케이 사업권’을 앞서 열린 13차 지원협의회(10월26일)에도 ‘자원외교 성과’로 보고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과 논의 내용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 대부분이 외부 비판을 수용하는 데에 지나치게 인색했다. 취재엔 철저히 무대응으로 맞섰다. 이라크 쿠르드 정부로부터 사례금을 받아 6개월가량 뒤 신고한 것이 문제라는 보도에, 사례금을 받았으나 ‘쿠르드 쪽 요청으로 받아 경고 조치만 했다’고 해명했다. 사실이 같은데 판단은 다르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자원외교 관련 부패와 비리의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정작 여당은 시간끌기, 산업부와 공기업은 자료 조작 및 은폐로 국정조사 방해 중”이라며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수치 싸움이 아닌, 관련자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 현안질의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사업성과 등을 내세웠는데, 이후 알고 보니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시해 만든 방어용 자료가 근거”였다며 “정부의 국조특위 조사권 방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자원외교’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22일 “엠비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참여정부 정책기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현직 부총리(최경환)와 장관(윤상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리와 부정에 관련된 것처럼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인택 최현준 김정필 류이근 기자 imit@hani.co.kr


‘자원외교 탐사기획’ 후속 취재는 계속됩니다

<한겨레>가 지난 19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를 23일치로 마칩니다. 지난 석달 동안의 탐사취재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사실과 현장, 새 관점으로 ‘이명박 자원외교’를 재구성했습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멈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자원외교’에 대한 평가와 교훈점은 시민의 이름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독자와 공유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한겨레>가 보도에 앞서 뉴스 유통 실험(페이스북 검색창에 ‘자원외교’ 검색)을 기획한 까닭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뉴스를 전파하겠다는 독자의 약속(액션리더, Action Reader)을 모집했습니다. 행동하는 독자의 뉴스 유통을 희망했습니다. 각양각색의 호응과 격려,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정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한겨레> 탐사기획팀의 후속 취재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액션리더도 계속 모집합니다. 약속대로 페이스북을 통해 몇 분을 추첨해 ‘혜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획 공동참여: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박현숙 비서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서준섭 보좌관)

도와주신 분들: 고기영 한신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김형민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 숀 라일리 전 캐나다 RCI 부사장, 한병도 전 의원,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백문영 보좌관,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 김진욱 비서관, 홍영표 의원실 장철민 비서관, 부좌현 의원실 홍창훈 비서관, 김현 의원실 최일곤 보좌관, 전정희 의원실 김보람 비서관, 한정애 의원실 조선옥 보좌관 등

편집: 김원일 기자

그래픽: 이상호·이임정·노수민 기자

티저뉴스 연출: 이경주 피디(<한겨레TV> ‘추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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