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MB ‘31조 자원 외교’ 대해부]
③ 재앙이 된 무능, 공기업
③ 재앙이 된 무능, 공기업
자주개발률이란 ‘신화’는 공사의 정상적 작동 기능을 마비시켰다. 애초 전문성은 부족했고, 편법과 반칙이 동원됐다. 이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는 무능하고 무기력했다.
20일 <한겨레>가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석유공사 내부문건을 보면, 감사실은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안건이 이사회에서 의결되기 전날인 2009년 10월28일 7쪽짜리 ‘일상감사 검토서’를 신규사업처에 냈다. 감사실은 “공사는 하류부문(정유) 경험이 전혀 없다. 검토가 필요하다. 재매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업리스크가 크다는 경고음을 보내고도 ‘인수 거절’이 아닌 ‘인수 동시 매각’이란 비상식적 의견을 낸 것이다. 이사회는 다음날인 29일 큰 논란 없이 인수안을 승인했다. 인수 뒤 감사실 검토서는 현실이 됐다. 하류부문(NARL) 영업손실이 커지자 공사는 지난해 8월 미국 상업은행인 실버레인지에 매각했다. 매각에 따른 추정손실(인수자금, 투자비, 누적손실)은 15억캐나다달러(1조5000여억원)라고 석유공사는 밝혔다.
감사실 ‘검토 필요’ 의견에도
4조원 사업 10분만에 결재도
“자원가치 평가할 능력 없었다”
“팀장이 윗선 만난뒤 밀어붙여” 감사실은 하베스트 인수작업이 변칙적으로 진행됐다고 스스로 꼬집었다. 검토서는 “추진 일정이 촉박해 검토에 필수적인 자료와 정보 제공이 제한됐다. 단기간, 소수 전문인력으로 실사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하베스트 ‘인수추진계획서’의 직책별 결재 시간을 보면 팀장에서 처장, 본부장까지 불과 10분 만에 결재가 이뤄지기도 했다. 석유공사의 예멘4광구 탐사·개발사업을 놓고 벌어진 민간기업과 공사의 법적 분쟁은 무능과 무책임한 공사의 민낯을 보여준다. 공사는 900억원을 투자했으나 2012년 사업을 접었다. 지분 투자를 한 현대중공업과 한화는 지난해 공사를 상대로 각각 356억원과 60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한겨레>가 확보한 소장을 보면, 공사는 원유생산량이 3500만배럴에 이른다고 꼬드겨 두 기업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지분 매입에 따른 웃돈까지 얹어줬다. 하지만 공사는 탐사작업엔 사실상 손을 놓고 물밑에서 지분을 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소장에서 “공사가 애초 개발작업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민간기업에 초기 투자비용을 분담시킨 뒤 민간기업에서 받은 보상금만 챙기고 광구 운영 지분 전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민간 사업 파트너의 눈에 비친 공기업의 무능이었다. “공기업은 제대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능력이 없었다. 우리는 사업을 인수해도 관리할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감독할 내부통제 시스템도 없었다. 우리 공기업은 정말 무식했다.” 한 에너지 공기업 임원 얘기다. 공사는 돈잔치에 취한 나머지 정작 조 단위 사업에 걸맞은 내부 절차 마련 등 본연의 책임은 뒷전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사업평가 때 들쭉날쭉했던 ‘매장량 인정범위’다. 원칙 없는 매장량 산출 기준은 살 때 사업성을 부풀려, 결과적으로 공사의 손실을 불러오기도 했다. 석유공사 신규사업처장은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 석유기업 숨베를 인수하면서 ‘발견잠재자원량’을 매장량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과대평가한 뒤 이사회에 보고해 공사는 5820만달러(627억여원) 비싸게 매입했다. 발견잠재자원량은 투자 기준을 삼을 때 인정하지 않는다. 광물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선) 윗선에서 지시해 추진한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실무자가 안 된다고 하다가도 팀장이 윗선의 누군가를 만나고 온 뒤 다시 밀어붙인 경우가 많았다. 공사가 서둘러 일을 추진하다 보니 뻥튀기된 매도자의 자산평가를 그대로 인용해 사업 평가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의 무능과 반칙을 견제·감시해야 할 이사회는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이사회를 기망한 공사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 번번이 당했다. 가스공사는 2009년 5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한달 뒤 러시아 하바롭스크 현지 법인을 세웠다. 당시 공사는 러시아 업체에 사업 관심 표명만 한 상태였으나 사업이 확정된 것으로 이사회에 보고했다. 보고 내용을 그대로 믿은 이사회는 법인 설립 자금 27억원 출자를 의결했다. 현지법인은 27억원을 운영경비로 다 쓴 채 지난해 2월 청산했다. 광물자원공사는 2011년 9월 칠레 산토도밍고 사업과 관련해 경제성 평가를 허위로 보고해 5000만달러(538억여원) 비싸게 인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업담당부서의 허위보고에 속은 것도 모르고 사장과 이사회 이사들이 로또를 맞은 양 ‘박수갈채’를 보낸 석유공사의 쿠르드 사업 이사회의 한 장면은 공사의 반칙과 무능이 그대로 함축돼 있다. 공사 사업담당부서는 쿠르드 사업 추진과정에서 이사회 승인을 이끌어내려고 ‘기대매장량’을 과대평가해 허위 자료를 보고했다가 지난해 6월 감사원에 적발됐다. 쿠르드 사업 참여 의결이 이뤄진 2008년 12월9일, 이사회에선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다. “지금까지 쿠르드에 9개 구조가 시추돼 8개에서 석유가 나왔습니다. 확률이 89%거든요”(김성훈 이사), “계약 자체는 상당히 잘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강영원 사장), “예상대로 진행된다 그러면 1년에 1억배럴을 하루에 최대 일산 25만불, 이거는 대한민국 건국 사상 최초의 ‘잭팟’인 것 같아요. 뭘 이걸 미적미적해서, 하여간 잘해보세요”(김성기 이사). 이라크 쿠르드 사업은 서명보너스 2억달러(2176억여원)를 포함해 지금껏 8494억원을 투자했으나 3775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전체 5개 광구 가운데 2개 광구 사업은 경제성이 없어 이미 철수했다. 김정필 류이근 최현준 기자 fermata@hani.co.kr
4조원 사업 10분만에 결재도
“자원가치 평가할 능력 없었다”
“팀장이 윗선 만난뒤 밀어붙여” 감사실은 하베스트 인수작업이 변칙적으로 진행됐다고 스스로 꼬집었다. 검토서는 “추진 일정이 촉박해 검토에 필수적인 자료와 정보 제공이 제한됐다. 단기간, 소수 전문인력으로 실사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하베스트 ‘인수추진계획서’의 직책별 결재 시간을 보면 팀장에서 처장, 본부장까지 불과 10분 만에 결재가 이뤄지기도 했다. 석유공사의 예멘4광구 탐사·개발사업을 놓고 벌어진 민간기업과 공사의 법적 분쟁은 무능과 무책임한 공사의 민낯을 보여준다. 공사는 900억원을 투자했으나 2012년 사업을 접었다. 지분 투자를 한 현대중공업과 한화는 지난해 공사를 상대로 각각 356억원과 60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한겨레>가 확보한 소장을 보면, 공사는 원유생산량이 3500만배럴에 이른다고 꼬드겨 두 기업을 끌어들였다. 이들은 지분 매입에 따른 웃돈까지 얹어줬다. 하지만 공사는 탐사작업엔 사실상 손을 놓고 물밑에서 지분을 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소장에서 “공사가 애초 개발작업 의사나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민간기업에 초기 투자비용을 분담시킨 뒤 민간기업에서 받은 보상금만 챙기고 광구 운영 지분 전체를 제3자에게 매각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민간 사업 파트너의 눈에 비친 공기업의 무능이었다. “공기업은 제대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능력이 없었다. 우리는 사업을 인수해도 관리할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감독할 내부통제 시스템도 없었다. 우리 공기업은 정말 무식했다.” 한 에너지 공기업 임원 얘기다. 공사는 돈잔치에 취한 나머지 정작 조 단위 사업에 걸맞은 내부 절차 마련 등 본연의 책임은 뒷전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사업평가 때 들쭉날쭉했던 ‘매장량 인정범위’다. 원칙 없는 매장량 산출 기준은 살 때 사업성을 부풀려, 결과적으로 공사의 손실을 불러오기도 했다. 석유공사 신규사업처장은 2009년 12월 카자흐스탄 석유기업 숨베를 인수하면서 ‘발견잠재자원량’을 매장량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을 과대평가한 뒤 이사회에 보고해 공사는 5820만달러(627억여원) 비싸게 매입했다. 발견잠재자원량은 투자 기준을 삼을 때 인정하지 않는다. 광물자원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선) 윗선에서 지시해 추진한 사업들이 대부분이었다. 실무자가 안 된다고 하다가도 팀장이 윗선의 누군가를 만나고 온 뒤 다시 밀어붙인 경우가 많았다. 공사가 서둘러 일을 추진하다 보니 뻥튀기된 매도자의 자산평가를 그대로 인용해 사업 평가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의 무능과 반칙을 견제·감시해야 할 이사회는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이사회를 기망한 공사의 ‘안하무인’ 격 태도에 번번이 당했다. 가스공사는 2009년 5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한달 뒤 러시아 하바롭스크 현지 법인을 세웠다. 당시 공사는 러시아 업체에 사업 관심 표명만 한 상태였으나 사업이 확정된 것으로 이사회에 보고했다. 보고 내용을 그대로 믿은 이사회는 법인 설립 자금 27억원 출자를 의결했다. 현지법인은 27억원을 운영경비로 다 쓴 채 지난해 2월 청산했다. 광물자원공사는 2011년 9월 칠레 산토도밍고 사업과 관련해 경제성 평가를 허위로 보고해 5000만달러(538억여원) 비싸게 인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업담당부서의 허위보고에 속은 것도 모르고 사장과 이사회 이사들이 로또를 맞은 양 ‘박수갈채’를 보낸 석유공사의 쿠르드 사업 이사회의 한 장면은 공사의 반칙과 무능이 그대로 함축돼 있다. 공사 사업담당부서는 쿠르드 사업 추진과정에서 이사회 승인을 이끌어내려고 ‘기대매장량’을 과대평가해 허위 자료를 보고했다가 지난해 6월 감사원에 적발됐다. 쿠르드 사업 참여 의결이 이뤄진 2008년 12월9일, 이사회에선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갔다. “지금까지 쿠르드에 9개 구조가 시추돼 8개에서 석유가 나왔습니다. 확률이 89%거든요”(김성훈 이사), “계약 자체는 상당히 잘된 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강영원 사장), “예상대로 진행된다 그러면 1년에 1억배럴을 하루에 최대 일산 25만불, 이거는 대한민국 건국 사상 최초의 ‘잭팟’인 것 같아요. 뭘 이걸 미적미적해서, 하여간 잘해보세요”(김성기 이사). 이라크 쿠르드 사업은 서명보너스 2억달러(2176억여원)를 포함해 지금껏 8494억원을 투자했으나 3775억원의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전체 5개 광구 가운데 2개 광구 사업은 경제성이 없어 이미 철수했다. 김정필 류이근 최현준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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