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MB ‘31조 자원 외교’ 대해부]
투자요건 바꿔가며 펀드 3곳에 넣어
‘위험자산’ 분류…수익률 좋지 않아
투자요건 바꿔가며 펀드 3곳에 넣어
‘위험자산’ 분류…수익률 좋지 않아
“국내 파이낸싱 전략. 대형 M&A(인수합병) 거래에 국민연금 투자 유치를 검토할 것.”
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현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2009년 2월27일 석유공사에 건넨 투자자문 보고서 일부다. 해외 자원개발에 460조원을 지닌 국민연금을 활용하라는 제안이다. 실제 정부는 2010년부터 국민연금의 해외 자원개발 투입을 공식화했다. 19일 <한겨레>가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그해 10월26일 총리실 주재로 열린 13차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에서 ‘연기금기관 해외자원개발 투자역량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이어 12월에 세운 4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2010~2019년)을 통해 국민연금의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이듬해인 2011년 2월(1차)과 2013년 2월(2차) 두 차례 연기금 투자 요건 완화를 의결했다. 투자 대상을 생산사업에서 탐사·개발사업까지, 공동투자자를 에너지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확대했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키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일주일을 앞둔 2차 의결에선 공동투자자를 해외 운용사, 기관투자자까지 확대했다. 공동투자자를 해외로 확대하면, 무역보험공사의 ‘부보’(손실액 일부를 보상하는 제도)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위험성을 알고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년도 4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문제가 부각되던 흐름에도 역행한 것이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국민연금공단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 3건에 총 1조122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노후 대비를 위한 ‘종잣돈’이 해외 자원개발에 올인한 정부의 ‘실탄’으로 이용된 것이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공단은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 3곳을 통해 해외 자원개발에 간접투자했다. 이글포드PEF(미국 유전 및 가스전 개발법인 지분 투자)는 2012년 11월에 4377억원, 이큐파트너스제일호글로벌PEF(브라질 제강업체 지분 투자)는 2011년 2월에 3679억원, 이큐피포스코글로벌제일호PEF(캐나다 광산업체 지분 투자)는 2013년 2월에 3170억원을 투자했다.
이큐파트너스와 관련해선, 공단이 기금운용위에서 투자 대상 요건을 ‘사모투자’로 확대하기 전 이미 투자를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투자의향서를 보면, 공단은 2010년 2월 이큐파트너스 쪽에 ‘투자 의향이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투자 대상을 사모투자로 확대하는 안건이 의결된 것은 1년 뒤인 2011년 2월이다.
국민연금의 투자수익률도 문제다. 공단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 검토한 자문사의 예상수익률(IRR)은 이글포드 12.6%, 이큐파트너스 12.9%, 이큐피포스코 11.9%였다. <한겨레>는 공단 쪽에 이들 펀드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요청했으나 공단은 공개를 거부했다. 해외 자원개발 투자의 경우 주식·채권과 달리 위험자산 투자로 분류되는 ‘대체투자’에 포함된다. 국민연금의 2013년 대체투자 수익률은 6.4%인데, 이를 밑돌 경우 예상수익률을 너무 높게 보고 투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이들 사업의 2013년 배당수익률(투자금 대비 배당금)은 이글포드 4.0%, 이큐파트너스 4.1%, 이큐피포스코 4.0%였다. 전체 대체투자 수익률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공단 관계자는 “수익률은 자문사 예상수익률 대비 나쁘지 않은 상태지만 투자 초기 1~2년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공정가치평가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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