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MB ‘31조 자원 외교’ 대해부]
② 지경부의 강압과 왜곡
② 지경부의 강압과 왜곡
하베스트 인수가 긴박하게 진행된 5일 동안, 최경환 부총리가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과 수차례 만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 부총리는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해왔다.
부실 덩어리 하베스트(정유부문)를 2009년 석유공사가 인수하기 바로 전날인 10월21일, 최경환 장관과 강영원 석유공사 사장이 같은 해외 공무출장 중이었으며, 한 호텔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하베스트 인수 협의차 10월14일 캐나다 현지를 방문한 강 사장이 18일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과천 정부청사로 찾아가 최 장관에게 관련 사항을 직보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베스트가 문제의 정유부문(날·NARL)까지 공사에서 인수해 달라고 요구한 뒤다.
2009년 석유공사 강영원 사장
캐나다 협상뒤 귀국하자마자
최장관 찾아가 보고 최 “5~10분 만났다” 해명했지만
관용차 일지 등 분석결과
1시간 안팎 만났을 가능성
계약 당일엔 최-강 한 숙소에 묵어
강 사장은 이틀 뒤인 10월20일 낮 12시~1시 사이 지식경제부를 또 방문했다. 아침에 신규사업처장으로부터 하베스트의 ‘자산평가 보고서’(날 포함)가 나올 예정이란 보고를 받은 뒤다. 김성훈 부사장은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하베스트를 매입하러 캐나다로 날아갔다.
‘이명박 자원외교’의 재앙으로 평가받는 하베스트 인수 건에 대해 최 장관 쪽은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며 “정유부문 자산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이라 장관이) 인수를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양쪽의 내밀한 접점들이 새로 드러남에 따라, 최 부총리가 무리하게 추진되던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주무 장관으로서 실제 어떤 책임과 권한을 행사했는지가 향후 국정조사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1월부터, 강 사장에게 하베스트 인수 추진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5~10분 정도(만난 시간)로 ‘잘 검토해서 추진하라’는 취지로 답변했다”(11월 본회의)고만 말했다.
이 설명부터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적잖다. <한겨레>가 당사자들의 출장보고서, 관용차 운행일지, 감사기록 등을 대조 분석한 결과, 10월18일 강 사장과 최 장관이 하베스트 인수 추진 상황 보고를 위해 만난 시간은 5~10분이 아닌 1시간 안팎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 사장은 하베스트 협의 출장을 다녀온 날 즉시 장관 보고를 위해 과천청사로 향했고, 관용차는 지경부에서 오후 4시 전부터 6시 정도까지 머물렀다. 토요일이었다. 만날 관료가 많지 않은 날이다.
이틀 뒤인 10월20일 최 장관과 강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수행길(베트남·캄보디아)에 나섰다 24일 귀국했다. 최 장관은 오전 11시 대통령 전용기로, 강 사장은 저녁 민항기로 출발 시간은 달랐다. 이후인 21~22일 석유공사는 캐나다에서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체결한다. 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이 협상·성사되던 자리에 사장은 없었다. 사장은 최 장관, 이 대통령과 하노이에 있었다.
사업은 상상 불허의 ‘날림’이었다. 메릴린치가 의뢰받은 지 사실상 사흘 만에 하베스트 자산평가 보고서가 제출(20일 늦은 밤·이하 모두 베트남 시각)되고, 최종 인수가격이 합의(21일 정오께)되고, 강 사장이 원격 전자결재(21일 오후 6시께)하고, 최종 계약서에 부사장이 서명(22일 정오께)하기까지 속결이었다.
특히 현지 최종 협상 당일 하베스트 가격은 메릴린치가 이미 후하게 제시한 인수가격보다도 741억원(6700만 캐나다달러)가량 치솟는다. 이런 무모한 추진을 두고, 하노이에 함께 있던 최 장관에게 보고나 상의 없이 강 사장 독단으로 승인하고 결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실제 강 사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최 장관에게 하베스트 인수 건을 보고했다며 “정유부문 인수는 델리케이트(복잡)한 부분이 있었다. 석유공사법에도 (공사의 사업영역인지) 적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경부 의견을 구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최경환 부총리는 하베스트 자산평가 보고서가 나온 뒤 추가 보고를 받은 적 없느냐는 <한겨레>의 서면질문에 “(보고서 나오기 전) 정유부문도 인수하지 않으면 매각할 수 없다는 하베스트 결정에 대해 간단한 구두보고를 받은 바 있으나, 석유공사에 리스크가 없는지 잘 감안해 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만 밝혔다. 강 사장은 <한겨레>의 수차례 취재 요청을 모두 거부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캐나다 협상뒤 귀국하자마자
최장관 찾아가 보고 최 “5~10분 만났다” 해명했지만
관용차 일지 등 분석결과
1시간 안팎 만났을 가능성
계약 당일엔 최-강 한 숙소에 묵어
강영원 당시 석유공사 사장.
하베스트 에너지 트러스트 인수 사업
2009년 9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취임 뒤 첫 인수합병 사업이면서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인수합병이다. 그해 10월22일 4조4958억원(40억6500만 캐나다달러)에 매입계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자주개발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3100억원가량 비싸게 매수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실제 부실자산인 정유시설(NARL) 부문을 매각하면서 현재 1조2500억~1조3371억원의 손실이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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