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사이에서 2014년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이 ‘13월의 보너스’가 아닌 ‘13월의 세금폭탄’이 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부담을 느낀 여야는 19일 하루종일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연말정산에서 환급액이 축소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나성린 수석부의장은 “(지난해에는) 매달 월급에서 떼는 원천징수를 적게 했다”며 “‘기존의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한 달에 1만~10만원 정도씩 덜 걷었다”고 설명했다.
나 수석부의장은 ‘서민증세’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소득역진성이 있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환급액이 축소되더라도 중상층 이상에서 많이 축소되고, 서민층에서는 축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서민층이라고 할 수 있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직장인의 평균 세부담은 증가하지 않고, 중산층인 5500만~7000만원 직장인의 평균 세부담 증가 정도도 월 2만~3만원 가량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새누리당은 서민·중산층에게 불리한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오해가 야당의 정치공세에서 비롯됐다고 공격했다. 이번 연말정산 방식 개편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는데, 이제와서 야당이 왜곡된 프레임으로 여당을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석훈 부의장은 “야당의 주장이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저희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한 건 소득공제가 가지고 있는 소득역진성(소득이 적을수록 불리한 구조)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 야당이 이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야당 주장이 여러 가지 각종 공제제도를 더 확대하자고 하는 것이라면, 지금도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는 계층이 약 40%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구조를 더욱 더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연말정산’을 이슈화하면서도 초점을 기업들의 법인세는 손대지 않고 월급쟁이들의 근로소득세에 치중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이 재벌감세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한 결과”라고 ‘공동책임론’을 반박하며 정부여당의 책임을 부각시키는데 힘을 쏟았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연말정산을 환급받으면 펑크 난 생활비를 메우려 했는데 오히려 펑크만 더 커지게 생겼다”며 “정부가 봉급생활자의 지갑을 털어 재벌 감세로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도 “연말정산 세법 개정안은 정부가 제안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경제수석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 부의장으로 앞장서 밀어붙였다”며 “정부 여당은 야당에 책임 전가 말고 연말소득 공제율을 올리는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2013년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정부 여당이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호중 새정치연합 기획재정위 간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법인세율 인상 등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했고, 의료비·교육비 등은 소득공제 방식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지만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세액공제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5%정도 상향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세수추계가 나오는 대로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에선 “세제 혜택이 모든 계층에 다 적용될 경우 소득역진성의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다만 새누리당도 현행 방식을 손질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나 부의원장은 “(세법개정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는 건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미혼자의 경우 이번에 환급금 축소가 예상치 못하게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면 정부와 좀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서보미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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