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박 대통령 신년 회견 여야 반응
김무성 대표 “대변인 논평으로 대신” 언급 피하다…
의원들은 “대통령 때문에 내년 총선 더 어려워졌다”
초재선 ‘아침소리’ 긴급 모임, 인적 쇄신 무산에 실망
새정치연합 “절망과 불통의 자화자찬 기자회견” 비판
김무성 대표 “대변인 논평으로 대신” 언급 피하다…
의원들은 “대통령 때문에 내년 총선 더 어려워졌다”
초재선 ‘아침소리’ 긴급 모임, 인적 쇄신 무산에 실망
새정치연합 “절망과 불통의 자화자찬 기자회견”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을 한 12일 새누리당 분위기는 온종일 무거웠다. 정권 반환점인 3년차를 맞아 ‘청와대 인적 구성과 국정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여권의 요구가 정면으로 묵살당하자, 실망한 의원들은 입을 닫아버렸다. 일부에선 “대통령 때문에 내년 총선이 더 어려워졌다”는 절망감도 비쳤다.
박대출 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을 통해 “문건 파동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고뇌에 찬 자성”, “국면전환용 인적 쇄신보다는 시스템 쇄신을 통한 국정쇄신 의지 피력” 등이라고 극찬했으나,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과 화합일 것”이라고 말해 박 대통령 기자회견이 가져올 당 안팎의 논란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는 못했다. 김무성 대표도 처음에는 “대변인 논평으로 대신하겠다”고 말을 꺼리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다 좋은 말씀을 했다. 저도 언제든지 필요하면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공식 논평 외에 새누리당 의원들 대다수는 박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할 말이 없다”며 가급적 언급을 피했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과 그 연장선에 있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 사퇴’ 등 청와대발 대형 악재로 악화된 국민 여론과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 모두발언을 보다가 꺼버렸다”며 “거기에다(바뀌지 않는 대통령 인식에) 누가 말을 붙이려 하겠느냐”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노코멘트”라며 “‘말을 안 한다’는 말 속에 모든 뜻이 담겨 있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대통령의 한해 국정운영 방침을 가늠할 새해 기자회견을 아예 보지 않았다는 의원들도 꽤 많았다. 한 의원은 “(대통령에게) 관심이 없고 기대도 안 한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선거 분위기는 확확 바뀌는데, 대통령이 저러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공개적인 성토 목소리도 나왔다. 당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소속 안효대·조해진·강석훈 의원 등 9명은 긴급 모임을 한 뒤 성명을 통해 “조속한 시일 내 박 대통령이 약속한 과감한 인사혁신과 조직개편이 가시화돼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조해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을 재신임한 데 대해 “(이들이) 비리나 부패행위가 없다고 하더라도 청와대 시스템의 왜곡을 가져온 정치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역할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친박계 핵심 의원도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절망과 불통의 자화자찬 회견”이라며 “인사쇄신과 국정쇄신은 없고 고집불통의 오기만 있었다”고 혹평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국민들이 희망의 메시지도 없고, 반성도 없고, 국민도 안중에 없이 귀를 막고 ‘마이 웨이’하는 대통령의 불통을 신년 벽두부터 봤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보미 조혜정 기자 spring@hani.co.kr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뒷모습 보이는 이)과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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