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야권의 차세대 주자의 한명으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빅3’ 당권주자들을 만나 당내 상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 확인됐다.
안 지사의 한 측근 인사는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 지사가 지난 16일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을 개별적으로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 ‘당이 정체와 분열, 무기력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전대에 나가 당대표가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세 분이 당권을 두고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의 화합과 역동성 회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당시 연말 국회에서 지역예산 확보에 도움을 준 의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러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가 ‘빅3’ 주자들을 차례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와 가까운 박수현 새정치연합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그제 ‘빅3 불출마 요구 성명’에 서명한 뒤 안 지사와 만나 취지를 설명했더니, 전당대회가 당에 역동성과 신선함을 불어넣는 계기가 돼야 한자는 점에서 내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젊은 정치인들의 도전이 유의미성을 가져야 하는데, 빅3가 주도하는 지금의 당권 구도가 그걸 가로막고 있다는 데 안 지사도 동의했다”며 “다만 특정 인물군을 거론하며 나오지 말라고 서명하고 압박하는 방식에 대해서까지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강창일·김영주·정성호·우상호 의원 등이 주도한 빅3 불출마 촉구 성명서에 안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친노 대선 주자군의 한 명인 안 지사가 잠재적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과 정치적 행보의 차별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