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둘째)와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셋째)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와 함께 연석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서로 상대당 대표에게 먼저 발언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곧이어 문 위원장이 먼저 마이크를 잡고 “나중에 받아치실라고…”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왼쪽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오른쪽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2 회동 무슨 합의 했나
10일 여야의 당대표·원내대표 ‘2+2 회동’ 결과는 내년 초까지 공방이 이어질 주요 정치적 의제(어젠다)와 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회동을 통해 ‘청와대의 숙제’인 공무원연금 개편을 논의할 협상 테이블에 야당을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뒀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 가운데 자원외교와 방위산업 부문에 대한 국정조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여야는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이나 개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신경전만 벌일 뿐 논의를 이어가지 못했다.
새정치연합이 요구한 사자방 국조 가운데 이날 합의에서 4대강만 빠진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내 친이명박계의 거센 저항과 당 분열을 우려해 ‘수용 불가’로 버텼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는 협상에서 “4대강은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국회 국정감사를 거쳤고, 국무총리실에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국조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지난달 중순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4대강에 대한 국조는 절대 수용해선 안 된다”는 친이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4대강 국조는 안 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 측근 정윤회씨 논란을 두고 친이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편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한 탓이다. 반면, 자원외교는 친이·친박 인사가 두루 걸려 있어 ‘특정 계파 때리기’라는 분란의 소지가 적다고 새누리당은 판단한 걸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자원외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했던 것이고, 국조를 하려면 외국 정부와 기업이 대상이어서 뭐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1시간10분 정도 진행된 회동에서 여야가 시간을 가장 많이 쏟아부은 의제는 공무원연금 개편 문제였다.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처리 시한을 늦어도 내년 2월로 못박자’고 요구한 반면, 새정치연합이 ‘상반기 중 처리’로 맞서면서 합의문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시한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합의에 따라 국회에는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특위’가 꾸려진다. 이와 별도로 국민대타협기구도 올해 안에 구성된다. 여야 특위에서 공무원연금 개편 초안을 만들면 정부, 전문가, 공무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이를 최종안으로 가다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야당이 시기를 내년 2월로 못박지 않으면 국민대타협기구를 깨겠다’고 했지만 김무성 대표가 그냥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자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협상 자리에서는 연말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정윤회씨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문 위원장이 새누리당에 왜 (대통령에게) 직간(잘못을 직접 말함)을 못 하냐고도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한 야당은 “선거구 획정 등을 논의할 정치개혁특위와 개헌을 다룰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완구 원내대표가 “개헌특위는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김무성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에 청와대가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뒤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사실상 ‘개헌 함구령’까지 내린 상태다.
서보미 이승준 기자 spring@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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