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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여의도에 몰아치는 ‘욕망의 바람’

등록 2014-11-06 11:43수정 2014-11-06 13:36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한겨레 자료 사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TV ‘정치토크 돌직구’] 반기문과 개헌론
정치권에서 때아닌 ‘바람몰이’가 한창이다. ‘대권풍’과 ‘개헌풍’이다. 두 바람은 공통점이 있다. 정체는 불분명한데, 욕망은 뚜렷해 보인다는 점이다. <한겨레TV>는 ‘정치토크 돌직구’ 최신편에서 최근 여의도 정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반기문 대망론’과 개헌을 둘러싼 논란의 실체를 파헤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39.7%, 박원순 서울시장 13.5%,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 9.3%….’ 지난달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다. 반 총장이 단숨에 지지율 1위를 기록한 것도 눈길을 끌지만, 그간 줄곧 1~2위를 차지했던 박 시장·문 의원과 지지율 격차가 3배~4배나 났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반 총장 열풍의 배경은 뭘까?

여론조사 전문가인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두가지 측면에 주목했다. 첫째, 반 총장의 ‘불분명한 정체성’이다. 반 총장은 참여정부에서 외교장관을 거쳐 유엔으로 무대를 옮겨갔다. 그를 ‘범야권’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반면, 보수색이 짙은 공직사회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그는 무색무취한 개인 성향 탓에 ‘여권’에서도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말 그대로 여·야를 아우르는 셈이다. 정치권에서 반 총장을 두고 ‘반-반 (여권 반, 야권 반) 총장’이란 우스개가 나오는 이유다.

정치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만들어낸 ‘반사효과’도 거론된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 반 총장이 이름이 올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 총장이 그간 “정치 반, 외교 반 걸치는 사람이 아니다”란 말로 대선 출마설을 일축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성한용 선임기자)의 표현이자, “신상 선호”(임석규 기자)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1992년 통일국민당 창당과 함께 대선전에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켰던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부터, 2012년 대선에서 ‘현상’을 불렀던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에 이르기까지 전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이 여론을 들끓게 했던 원동력이었다는 얘기다.

‘반기문 대망론’을 바라보는 여야의 시각은 판이하다. 야권은 충청지역 출신인 반 총장을 통해 1997년 대선 때 추진했던 ‘디제이피 연합’의 재현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당시 각각 호남과 충청권을 지지기반으로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가 연합에 나서자, 수도권 지지율도 덩달아 올랐다. 이는 결국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여권의 ‘셈법’은 전혀 달라 보인다. 5년 단임제 체제 아래서, 현직 대통령의 최대 고민은 ‘조기 레임덕’일 수밖에 없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측근의 입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는 대통령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는 얘기가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근 인사 가운데는 ‘대권주자급’을 찾을 수 없다. 현재까지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는 김무성 당대표다. 김 대표는 고분고분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반면 반 총장은 ‘말 잘듣는 모범생’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이른바 ‘친박계’ 의원들이 나서 아예 ‘반기문 대안론’을 주제로 토론회까지 벌인 이유를 짐작할 만 하다.

뜬금없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더니, 정치권이 ‘러브콜’에 몰입한다. 당사자인 반 총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보도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언론은 ‘대망론 띄우기’에 열을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임석규 기자는 “(‘반기문 대망론’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10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뒤 개헌논의 봇물’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승강기에 올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10월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뒤 개헌논의 봇물’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승강기에 올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근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개헌 논쟁도 엇비슷하다. 헌법은 우리 사회의 방향타 구실을 한다. 개헌을 둘러싼 논쟁은 미래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한 모색의 장이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6%가 사회·경제·인권 등 전반적인 분야에 걸친 개헌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 내각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만 집착하고 있다.

실체없는 두 개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그 속에 번득이는 건 눈 먼 욕망 뿐이다.

김도성 피디, 정인환 기자 kds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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